현대·기아 나홀로 車 車 車

  • 입력 2009년 3월 5일 02시 58분


지난달 판매량 中서 72% - 印서 45% 급증

美서도 -1.5% 선방… 美-日업체는 반토막

“글로벌 위기 수혜”… “낙관 일러” 반론도

현대·기아자동차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미국 중국 인도 등에서 올해 들어 눈부신 실적을 이어가며 세계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흔들리고 있는 미국 자동차 회사와 엔화 강세로 고전하고 있는 일본 자동차의 빈자리를 현대·기아차가 대신 메우는 것 아니냐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 글로벌 불황 속에 해외 시장 약진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3만621대를 판매해 지난해 2월에 비해서는 1.5% 판매가 줄기는 했지만 올해 1월보다는 24.9%나 늘었다고 4일 밝혔다.

경쟁업체인 일본의 도요타, 혼다, 닛산자동차가 전년 동월 대비 37∼40%가량 판매가 줄고, 미국의 GM과 포드 등의 판매가 ‘반토막’ 난 것과 비교하면 눈부신 실적이다.

현대차는 1월에도 미국 시장에서 유일하게 판매가 늘어 눈길을 끈 바 있다.

기아차도 지난달 미국에서 2만2073대를 팔아 지난해 2월에 비해 판매량이 0.4% 증가해 2개월 연속 판매 증가세를 이어갔다.

중국에서의 선전(善戰)은 더욱 눈부시다.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에서 3만2008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2.3%나 증가했다. 1, 2월 누적 판매 증가율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1%에 이른다.

연간 1만 대 이상 승용차를 생산하는 기업만 120여 개에 이르는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는 시장점유율 4위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아차 역시 중국에서 지난달에 1월 대비 5%가량 증가한 1만506대를 판매했다.

인도에서도 현대차는 지난달 2만1215대를 판매해 1월보다는 약간 줄었지만 지난해 2월에 비해선 판매가 45.3%나 증가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지난달 수출 실적도 지난해 2월에 비해 18.3%나 늘었다.

○ 한국 자동차 산업의 도약 기대

자동차 업계에선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은 기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인도 등에선 이들 국가의 정부가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쏟아낸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상대적으로 경쟁업체에 비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소형차 비중이 높다는 점을 이들 국가에서의 호(好)실적 배경으로 꼽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벌써부터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일본이 소형차를 앞세워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높이며 자동차 강국으로 급부상한 예를 들어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에선 현대·기아차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기찬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은 “지금은 자동차 시장에서 상대적인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데 현대·기아차가 경기 회복기에 급부상할 수 있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낙관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올 하반기(7∼12월)부터는 경쟁업체들의 소형차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게다가 경쟁업체들은 대부분 먼저 구조조정을 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현대·기아차가 힘든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기아차 역시 아직까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내수 시장과 동유럽 시장 등에서 고전하고 있는 데다 노조와의 힘겨운 싸움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이번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경직되고 낙후된 노사관계를 개선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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