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유엔 조달시장, 한국 中企들에 안성맞춤

  • 입력 2009년 2월 19일 02시 58분


공고∼입찰마감 한달 시한… 틈새시장 각광

조립식 숙소 제조업체인 카라반은 지난해 초 유엔 홈페이지에서 평화유지활동(PKO)용 조립식 구조물을 구매한다는 공고를 봤다. 입찰까지 남은 시간은 약 한 달.

카라반 직원들은 주말을 반납하고 구조물 설계, 자금 계획, 생산시설 등을 설명한 입찰제안서를 만들었다. 약 8개월 후 카라반은 최종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곧바로 3년간 공급계약도 맺었다.

권혁종 카라반 대표는 “지금까지 4번 유엔 조달시장에 응모해 3번 선정됐다”며 “무엇보다 안정적인 공급처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해외 조달시장의 가장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 국제경쟁 입찰 진행… 텃세 작아

정부 조달시장이란 정부가 고유한 업무 수행을 위해 민간 기업으로부터 물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것을 뜻한다.

정부 조달시장은 각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10∼25%로 추정될 정도로 크다. 계약을 하면 장기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고 대금결제에 따른 위험도 작다는 게 매력이다.

하지만 자국(自國)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선진국조차 조달시장 개방에 소극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 조달시장이 ‘틈새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192개 국가의 연합체인 유엔은 특정 국가의 ‘텃세’가 그만큼 작기 때문이다.

유엔 조달시장은 유엔본부 및 50여 개의 산하기구가 세계 기업들로부터 물품과 서비스를 조달한다. 국제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하며 가격, 품질, 납기, 운송, 커뮤니케이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납품기업을 정한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07년 유엔의 연간 조달 규모는 상품(52억7300만 달러)과 서비스(48억1100만 달러)를 합해 100억8400만 달러다. 이 중 한국이 따낸 물량은 52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비율로 환산하면 0.51%인 셈이다.

○ 제품-자금력 갖추고 때 기다려야

권 대표는 “한국 중소기업이 해외 조달시장의 가능성을 제대로 몰라 안타깝다”며 “갑자기 공고가 뜨고, 입찰 마감까지 한 달 정도밖에 시간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른바 ‘몰아치기’에 능한 한국 중소기업에는 안성맞춤 시장”이라고 말했다.

KOTRA는 올해 1월 ‘유엔 조달시장 진출전략’을 밝히며 “중국 쓰촨(四川) 성 지진사태가 일어났을 때 가격보다 ‘긴급 구호물자 및 텐트를 누가 가장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는가’가 이슈였다”며 “제품과 자금력을 갖추고 준비된 상태에서 인내하며 때를 기다리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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