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줄어든 업체들, 사업다각화 새 우물파기

  • 입력 2009년 2월 12일 02시 55분


출산 줄어 학생복 업체 스포츠의류 진출

금연 늘어 담배회사가 아파트분양 사업

‘엘리트 학생복’으로 유명한 학생복 기업인 에리트베이직은 지속적으로 교복 매출 비중을 줄이고 있다. 주력 부문의 매출을 줄이는 게 얼핏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정은 따로 있다. 저출산 추세로 수요 기반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율 감소로 학생이 줄어들면 이들을 고객으로 하는 학생복 기업들에는 커다란 위기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에리트베이직은 1999년 유니폼 사업에 이어 2003년 스포츠 의류업계에 전격 진출했다. 사업 다각화로 교복 수요 감소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로써 에리트베이직은 2007년 매출액 기준으로 △학생복 65.7% △스포츠 의류 20.5% △유니폼 13.8%의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게 됐다.

○담배 팔던 KT&G, 아파트 분양도

최근 수요 위축과 경영상황의 급변으로 기존 사업영역을 축소하면서 다른 분야에 진출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기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는 불황에 따른 일시적 수요 위축이 아닌 출산율 감소나 금연 확산 등 장기적 추세에 따른 것이어서 생존의 문제로 적극적인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KT&G가 대표적인 예.

이 회사는 최근 참살이(웰빙) 추세로 국내 금연 인구가 늘면서 전국 8개 공장 가운데 전주 등 4곳의 문을 닫고 대신 흡연인구가 풍부한 터키에 공장을 세웠다. 빈터로 남게 된 옛 공장 터에는 아파트나 주상복합건물을 지어 분양수익을 노리고 있다.

이 중 전북 전주시 태평동 공장 터는 SK건설을 시공사로 2006년 아파트 분양에 들어가 지난달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대지 5만4746m²(약 1만6590평)에 18층짜리 아파트 10개동(총 712채)이 들어섰다.

KT&G는 나머지 수원(아파트)과 대구(주상복합) 공장 터도 시행사로 나서 분양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주택 침체를 환경사업으로 돌파

주택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체들도 사업 다각화에 적극적이다.

주택 매출 비중이 높았던 삼정기업은 부산에 첫 퍼블릭 골프장인 ‘하이스트 컨트리클럽’을 지어 지난해 11월 개장했다. 부산 지역의 아파트 미분양이 심각해지면서 인근 부산과학산업단지 입주업체 임원들을 겨냥한 골프장 건설을 시도한 것이다.

일부 대형 건설사는 성장성이 높은 환경 플랜트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축산 분뇨에서 메탄가스를 생산해 농가에서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통합 폐기물 처리 기술’을 개발해 경기 여주군과 설비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건설도 폐기물을 이용한 바이오 가스 생산시설 개발을 마치고, 경기 이천시에 시험공장을 지었다.

롯데건설 역시 환경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생활 폐기물을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환경부로부터 신기술 검증을 받았다. 코오롱건설은 지난달 이주홍 환경사업담당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소각로와 하수처리사업을 대폭 강화했다. 코오롱건설은 올해 환경사업부문에서만 4600억 원의 수주계획을 세웠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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