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銀 ‘1000억 순익 증가’ 빛났다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시중銀 작년순익 4조나 줄었는데…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로 덩치 큰 시중은행들이 몸살을 앓고 있지만 지방은행들은 안정적인 실적을 내며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서민금융기관인 신협, 새마을금고도 세금 우대 상품과 지역 밀착 마케팅으로 시중 자금을 끌어모으며 불황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산 대구 광주 경남 전북 제주 등 6개 지방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9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000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순이익은 5조3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4조1000억 원 줄었다.

이미 실적을 발표한 대구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612억 원으로 전년보다 4억 원 정도 늘었다. 전북은행과 제주은행은 전년보다 각각 65.2%, 54.5% 늘어난 418억 원과 22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반면 ‘몸집 경쟁’을 벌이던 시중은행은 지난해 키코(KIKO) 등 파생금융상품 손실이 늘어난 데다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대거 쌓는 바람에 실적이 나빠졌다.

지방은행이 선전한 것은 특정 기업에 편중된 거액 여신이나 파생상품 피해가 적은 데다 경영진이 내실 경영에 주력하며 위험 관리를 강조한 영향이 크다. 지역 사정을 잘 알다보니 지방의 건설경기가 하향세로 바뀔 것을 일찍부터 감지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경쟁에 나서지 않은 것도 부실대출을 줄이는 데 한몫했다.

전북은행은 2007년 초 지역 내 건설사의 부도가 이어지자 노사가 임금을 동결하며 일찌감치 허리띠를 졸라맸다. 이 결과 지난해 말 영업경비율(수익 대비 비용 지표)이 전년 말보다 8.2%포인트 낮은 53.7%로 떨어졌다. 김천식 전북은행 부부장은 “지역의 저(低)신용계층을 위한 틈새시장도 개척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지방은행 10곳 중 4곳이 문을 닫는 시련 속에서 단련된 위기관리 역량도 보탬이 됐다. 강윤 제주은행 차장은 “지난해 1월부터 일 단위로 건전성 지표를 선제적으로 관리했다”며 “고정이하 여신 비율과 연체율이 각각 0.36%, 0.29%로 시중은행보다 낫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1인당 예금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한도 저축액이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확대되면서 신협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도 약진했다.

신협중앙회에 따르면 신협의 1월 저축성 예금 총수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2431억 원 늘었다. 새마을금고도 전국 1517개 법인에서 판매한 올해 1월 저축성 예·적금 총수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8000억 원 늘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요즘 시중은행의 1년제 정기예금 금리가 4%대인 데 반해 새마을금고는 5%대 후반”이라며 “시중은행보다 문턱이 낮고 고객들과 친밀도가 높다는 점도 불황기에 서민금융기관이 선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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