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증권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경제정책 후퇴 우려” 비판

  • 입력 2009년 1월 30일 15시 37분


정부가 증권선물거래소(KRX)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것과 관련, 주요 외신들이 한국의 경제 정책이 후진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미네르바 사건등과 연결지어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월드뷰' 칼럼에서 "한국 정부의 KRX 공공기관 지정은 (한국의 정책이) 슬로바키아와 마찬가지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는 한국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느냐에 대한 또 하나의 의문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된 30개국 가운데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지금까지 슬로바키아가 유일했다.

FT는 이어 "KRX 공공기관 지정은 한국을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취지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문은 또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구속한 사건과 북핵 관련 브리핑에서의 외신기자 배제, 국회 폭력 충돌 등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지난 1987년 이후 경이적인 발전을 해 왔지만 최근 우려가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KRX 공공기관 지정에 대한 논란을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 "이는 경제에 대한 정부 개입을 축소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이번 결정은 KRX의 글로벌 사업 계획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KRX 관계자의 말을 전하면서 공공기관 지정과 관련한 논란을 상세히 보도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주요 거래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모든 거래소가 주식회사 형태를 취하고 있다. 민간기업이라는 얘기다. 임원 선임이 주주총회에서 이뤄진다는 점도 동일하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이들 가운데 일본의 TSE(동경증권거래소)와 슬로바키아의 BSSE(브라티슬라바증권거래소), 한국의 KRX 등 3곳만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았다.

또 하나, 이들 중 유일하게 슬로바키아 BSSE만 정부가 지분을 가지고 있다.

BSSE의 정부 지분은 74.2%로, 이날 "한국정부의 KRX 공공기관 지정은 슬로바키아와 마찬가지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한 파이낸셜타임즈의 지적은 바로 이 대목을 언급한 것.

그러나 BSSE의 경우 정부가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주주총회에 공식적으로 참여해 주주권을 행사할 뿐이다. 앞으로 정부가 감사와 예산 통제, 임원 선임 등에 개입하게 될 KRX와는 다른 것. 결국 민간 대주주를 가진 거래소로서 정부 개입을 받는 거래소는 우리나라의 KRX가 OECD 국가들 중에서 유일하게 된다.

특히 지금부터 20년도 전인 1998년 정부 지분을 전량 민간에 매각하면서 민영화를 이룬 뒤 다시 이를 되돌린 셈인데, 이러한 일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와중에 우리 정부가 KRX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은 국제적 조류에도 배치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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