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D램업체 키몬다 파산… 반도체 시장 치킨게임 끝나나

  • 입력 2009년 1월 28일 03시 01분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전자 업체들은 지난해 경기침체로 실적이 악화됐지만 해외 경쟁업체와 비교하면 시장점유율, 영업이익률 면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올 한 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다면 경기 회복 이후 고속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세계 굴지의 반도체 생산 업체인 키몬다의 파산을 비롯해 세계 반도체 업계의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한국 업체들의 시장점유율 확대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공급과잉 출혈경쟁 해소

삼성전자 하이닉스 ‘호재’

○ 반사이익 현실화 가능성 주목

23일 세계 5위 D램 업체인 독일 키몬다가 영업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파산을 선언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의 반사이익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는 D램 시장점유율 9.8%인 키몬다가 퇴출될 경우 가격 폭락의 원인인 공급 과잉이 조기에 해소되는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키몬다는 한국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그래픽용D램과 서버용D램 시장의 최대 경쟁업체였다.

키몬다 퇴출의 영향으로 미국과 대만을 비롯한 나머지 D램 업체들도 구조조정 및 감산(減産)에 나서면 2년 동안 계속됐던 세계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이 마침내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이 중단되는 것도 치킨게임의 종료를 알리는 징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이란 반도체 가격 폭락으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면서도 ‘겁쟁이(치킨)’로 보이기 싫어 무모한 출혈경쟁을 계속하는 현상을 말한다.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률이 ―14.3%에 불과한 삼성전자가 같은 기간 ―105.6%, ―47.9%였던 대만 난야테크놀로지,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업체를 제치고 시장 정상화 이후 최후의 승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직 4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하이닉스반도체도 지난해 3분기(7∼9월) 영업이익률이 ―13%로 3위 업체인 일본 엘피다(―22%) 등 경쟁 업체보다 실적이 훨씬 우수한 편이다.

○ 삼성-LG 휴대전화 점유율 올라

국내 업체들의 선전(善戰)이 가장 돋보인 분야는 휴대전화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판매량 기준 시장점유율을 직전 분기보다 각각 0.8%포인트, 1.1%포인트 끌어올렸다. 시장규모가 줄어든 4분기에 ‘글로벌 톱5’ 업체 중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을 높인 곳은 삼성과 LG뿐이었다.

반면에 세계 1위인 노키아는 4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1%, 직전 분기 대비 3.9% 줄어들며 시장점유율이 떨어졌다.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 수량 기준 LCD 시장점유율이 52.1%를 기록해 34.6%에 그친 AUO, CMO 등 대만 업체들을 크게 앞질렀다.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되지 않은 지난해 8월에는 한국 업체들이 대만 업체들보다 뒤처졌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1, 2위인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4분기 각각 ―8.3%, ―6.9%의 영업이익률로 선방한 반면 3위 업체인 AUO는 영업이익률이 ―44.2%로 더 나빴다.

일본 주요 전자 업체들의 실적 악화 규모도 삼성전자, LG전자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최근 2008 회계연도에 1500억 엔(약 2조3700억 원)의 순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니, 도시바, 산요, 히타치제작소, 파나소닉 등 9개 주요 전자업체의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율이 56%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