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형차 유리… 전기차는 뒤져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28일 02시 59분



■ 美 ‘高연비 그린카’ 2020년까지 의무화


연료전지 등 미래형 친환경 기술 개발이 관건

“미국차 연비 개선땐 한국차 장점 희석될수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그린카’ 정책은 국내 자동차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 업계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고 진단했다. 그린카란 친환경자동차로 하이브리드카와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차가 대표적이다.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우 연료소비효율이 L당 15∼18km를 넘어서면 각국의 기준에 따라 고효율 자동차로 분류되며 넓은 범위에서 그린카로 분류되기도 한다. 》

미국의 이번 정책은 엄격한 의미에서의 그린카 개념이 아닌 고효율 차량을 말하는 것으로 하이브리드카와 소형차, 디젤엔진 승용차 등이 우선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경우 그린카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가솔린 하이브리드카가 올해 중 상용화될 예정이며 2012년경 수소연료전지차를 실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미국은 GM이 전기자동차를 곧 일반 판매할 예정이고, 수소연료전지차 역시 한국에 비해 다소 앞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1997년부터 하이브리드카 판매에 나서 이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을 갖고 있다.

○ 친환경 기술 경쟁이 관건

무엇보다 그린카 정책은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불붙고 있는 친환경차 개발 경쟁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 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확인됐듯 세계 자동차업계의 최대 화두는 연비 향상과 친환경 대체 연료차 개발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2015년까지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주행거리 km당 현재 최대 158g에서 120g으로 줄이기로 지난해 말 합의하는 등 그린카 정책은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이다.

선우명호 한양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와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고조 등으로 그린카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며 “기술력이 관건인 이번 경쟁에서 비교적 후발로 나선 우리 업체가 경쟁력을 선점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내연기관 엔진의 효율은 세계 선두권 업체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는 편이지만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나 GM이 곧 발표할 전기차 기술에서는 제법 격차가 있다”며 “우선 연비가 높은 소형차로 시간을 벌면서 궁극적인 친환경 자동차인 연료전지차와 전기차를 빨리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국산차 중 미국의 그린카 기준을 만족하는 L당 14.9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모델은 현대차와 기아차 각각 21종, GM대우자동차 8종 등 총 50개 차종이 있다.

대표적으로 연료소비효율이 높은 차종은 △아반떼 1.6L 디젤이 21km △마티즈 0.8L 가솔린 20.9km △세라토 1.6L 디젤 20.7km 등이다. 현재 시험운행 중인 현대차 베르나 하이브리드는 L당 19.8km를 갈 수 있다.

올해 하반기에 나올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L당 18km 안팎, 내년에 발표될 예정인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L당 17km 안팎의 연비가 예상돼 역시 미국의 그린카 기준을 넘는다.

연료 경제성뿐만 아니라 해외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가격과 디자인 등의 경쟁력도 보완할 부분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한국 차는 부피가 크고 기름을 많이 먹는 미국 차에 비해 작지만 연비가 좋은 차로 인식됐다”며 “하지만 미국 차가 연비를 개선할 경우 한국 차의 장점이 희석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쉽진 않지만 자신 있다”

세계 자동차 업계 5위의 현대·기아자동차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우선 당초 2010년으로 계획했던 ‘저탄소 친환경차’ 양산 시기를 올해 하반기로 앞당겼다. 올 7월 준중형급 LPG 모델인 ‘이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9월에는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를 판매한다.

내년부터는 쏘나타와 로체 등 중형 및 가솔린 차종으로 확대해 2018년에는 하이브리드 차량 규모를 50만 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대차는 2010년에 풀(Full) 타입 하이브리드카를 북미 시장에 처음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차도 2012년에 조기 실용화해 그해 1000대를 생산하고 2018년에 3만 대를 생산할 방침이다.

○ 한국 산업 전반에 어려움도

미국의 새 정책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도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김상섭 국민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 개발에 역량이 집중돼 생산 유발과 고용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자동차 산업의 기회가 국가 경제 전체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녹색산업 전반이 취약한 우리 경제에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이지훈 연구원은 “최근 친환경 기술력 등을 토대로 미국 일본 영국 등 15개국의 ‘녹색경쟁력지수’를 측정했는데 우리나라는 11위였다”며 “미국의 친환경 정책은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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