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아이디어, 불황 극복 효과 톡톡

  • 입력 2009년 1월 24일 03시 00분


종이팩 제조업체인 테트라팩 직원들이 19일 ‘환경의 날’을 맞아 종이팩을 분해해 만든 재생용지로 직접 엽서를 만들고 있다. 테트라팩 측은 “직원들이 직접 그림 디자인과 엽서 모양을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 경영진이 요구하는 ‘창의성’을 체감하도록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테트라팩
종이팩 제조업체인 테트라팩 직원들이 19일 ‘환경의 날’을 맞아 종이팩을 분해해 만든 재생용지로 직접 엽서를 만들고 있다. 테트라팩 측은 “직원들이 직접 그림 디자인과 엽서 모양을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 경영진이 요구하는 ‘창의성’을 체감하도록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테트라팩
그림 문서… 자기계발의 시간… 엽서 디자인… 글로벌기업들 직원 창의력 키우기

다국적 제약회사인 한국MSD 영업팀 서지연(33) 과장은 최근 팀 회의 방식이 바뀌는 것을 ‘눈으로’ 목격하고 있다.

예전에는 구체적인 수치와 그래프로 가득하던 회의 문서가 최근엔 도화지에 색연필이나 물감으로 칠한 그림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팀에서 올해 팀 목표를 결정한 20일 회의에서는 ‘신생(新生)’의 의미로 우주 대폭발(빅뱅) 그림이 등장했다.

서 과장은 “이런 형태의 회의가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적응된 후에는 다양한 그림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많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불황 극복을 위해 직원들의 창의력 증진에 나서는 글로벌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인력 감축이나 비용 절감 등 전통적인 불황 타개책 대신 직원 개개인의 ‘창의력’을 끌어내 불황을 극복하려는 시도다.

한국MSD 관계자는 “불황을 극복하는 해법은 결국 ‘인재’에 있다”며 “손쉬운 방법인 구조조정 대신 회사 인재들의 창의력을 끌어올려 생산성 향상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 직원 아이디어 공모전 “이젠 선택이 아니라 필수”

한국 퀄컴은 직원 아이디어 공모전인 ‘퀄컴 이노베이션 네트워크 벤처 페스트’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이 공모전은 직원 중 누군가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내 게시판에 올리면 전 세계 직원들이 이를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추가해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작년 이 행사에 참여한 김재홍 차장은 “최근 행사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이 크게 늘었다”며 “창조적 인재가 필요한 회사의 입장과 직원들의 노력이 결합된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의 ‘20% 프로젝트’는 직원 창의력을 회사 매출로 연결시킨 대표적인 경우다.

‘20% 프로젝트’는 업무시간의 20%를 본인의 업무 외에 개인적인 관심 분야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구글의 핵심 제품인 ‘구글 뉴스’, ‘구글 지메일’, ‘구글 어스’ 등이 여기서 탄생했다.

독일계 생활용품업체인 헨켈코리아는 헨켈 글로벌 지사들이 공동으로 시행하는 ‘레츠 이노베이트’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매달 다른 주제로 혁신안을 제안하는 이 프로젝트에 세계적으로 연간 10만 건 정도의 아이디어가 모인다”고 설명했다.

○ 다양한 사내 창의력 기르기

올림푸스한국은 창의력을 발휘해 우수한 업무 성과를 낸 직원을 대상으로 매달 MVP를 뽑고 있다.

올림푸스한국 측은 “이 상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례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경우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임직원의 자기계발과 창의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대표는 2006년 전 직원에게 꽃 화분을 하나씩 나눠주고 이 꽃을 키우며 느낀 점을 ‘관찰 에세이’로 기록하도록 하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도 했다.

CJ라이온은 독서 토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직원들에게 자유로운 사고를 강조하고 있다.

직원들은 매달 1권씩 책을 정해 읽고 토론을 벌이며, 회사는 도서 구입비와 식사를 포함한 토론 장소 대여비를 지원한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종이팩 제조회사 테트라팩은 19일 전 직원이 참여하는 ‘핸드메이드 엽서 만들기’ 행사를 가졌다.

‘환경의 날’을 기념해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테트라팩 전 직원은 종이팩을 분해해 만든 재활용지로 각자 개성 있는 디자인의 엽서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직원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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