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기업 실직 두려움 - 살아남은 기업 강등 불안감

  • 입력 2009년 1월 22일 02시 55분


■ 건설-조선 ‘기업개선’ 발표 파장

《20일 은행권의 신용위험 평가 결과 퇴출 또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으로 확정된 16개 건설사와 조선사에는 21일 아파트 계약자들과 협력업체의 문의전화가 쇄도하는 등 하루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일부 입주예정자는 분양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해당 기업 임원들은 채권은행단 등과 함께 비상대책회의를 열었고 일부 건설사의 최고경영자(CEO)는 사내통신망을 통해 직원들의 동요를 가라앉히려 애썼다. 》

○ 불안에 휩싸인 워크아웃 기업들

“퇴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 “아파트 분양은 차질 없이 진행되느냐.”

워크아웃 대상 건설업체에는 확인 또는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인천 삼호의 직원들은 “전국 40여 곳의 토목 및 건축현장에서 특별한 파급효과는 없다”며 고객들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려 안간힘을 다했다.

경남 창원시의 대동종합건설이 분양한 사천지역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이날 사천시청 앞 광장에서 “건축 공정이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며 계약해지와 함께 시가 해결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워크아웃 건설업체 직원들은 채권단의 주도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광주에 본사가 있는 삼능건설은 주채권은행인 광주은행이 수익성 낮은 사업을 모두 정리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당황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워크아웃 건설업체들은 특히 은행과 발주처로부터 ‘문제 건설사’로 찍힐 것을 가장 걱정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자금을 빌려 사업을 진행하고 공사 계약도 따야 하는 상황에서 워크아웃 기업이라 대출이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수주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부산 영도구의 진세조선 직원들은 14일 발생한 영도 노래방 화재로 핵심 인력 8명을 잃은 데다 워크아웃 결정까지 나 ‘엎친 데 덮친 격’의 상황에 빠졌다.

○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다”

기업들은 일단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동종합건설은 협력사 모임인 ‘동건회’ 관계자들과 농협경남본부 한국은행경남본부 창원세무서 창원상공회의소 등을 찾아 지원을 호소했다. 대동건설 관계자는 “위기극복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그룹 측과 논의해 경기 안양시 사옥, 창원대동백화점 등을 매각하기로 했다”며 “임직원의 급여도 30% 삭감하기로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월드건설 관계자는 “‘워크아웃 건설사’라는 꼬리표를 떼려면 기존 사업을 문제없이 진행해 믿음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구조조정에도 더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우림건설 심영섭 회장은 충격에 빠진 임직원들을 다독이기 위해 애썼다. 심 회장은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동요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빠른 시일 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고용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채권단과 협의하겠다”며 “모두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주그룹 계열사인 대한조선은 걱정과 함께 조심스러운 기대감도 내비쳤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신규자금을 대출받지 못해 제2독 공사를 못하고 있었다”며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고통스럽기는 하겠지만 금융권이 자금을 지원해 회사가 정상화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1차 소나기는 피했지만…

B등급 이상을 받아 살아남은 기업들은 안도하면서도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B등급 기업도 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며 “부채 비율을 줄이고 미분양 물량을 빨리 털어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도 “자구안을 발표해 노력하는 모습을 대내외에 알리고 비용을 줄이는 한편 수익성이 높은 사업 위주로 수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구조조정 강도가 예상보다 약해 옥석(玉石)을 제대로 가리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부실기업을 확실하게 솎아내지 못해 건설업계는 물론 국가경제 전체에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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