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證 증시보고서 유료화…정보사각 개인투자자 타격

  • 입력 2009년 1월 21일 02시 54분


삼성증권이 국내 최초로 증시 보고서를 유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내용의 보고서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 리서치센터가 수익을 올릴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증시 보고서의 유료화가 전체 증권업계로 확산되면 정보력이 떨어져 증시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개인 투자자에게 타격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20일 “증시 보고서를 유료로 제공하는 방안을 리서치센터의 조직 혁신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료화를 하려면 다른 증권사와 비슷한 내용의 평범한 보고서에서 탈피해 차별화된 증시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른 시일 내에 삼성증권이 먼저 시작한 뒤 관련 업계와 상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기존의 삼성증권 회원을 일반인, 무료 회원, 유료 회원, VIP 고객 등으로 나눠 각각 다른 수준의 증시 보고서를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며, 늦어도 연말 전에는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삼성증권을 포함한 모든 증권사가 일(日), 주간(週刊) 단위 등으로 내놓는 보고서를 자사(自社)의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보고서를 취합해 유료로 제공하는 회사가 생겨나면서 지적재산권 침해 논란도 일고 있다. 신생 증권사가 기존 증권사들이 발행한 보고서를 자사 고객에게 제공하다가 제재를 당한 일도 있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대개 자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관투자가 등에게만 증시 보고서를 제공한다. 외국 증시의 경우 직접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가 적을 뿐 아니라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도 강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국내의 일부 경제연구소도 증시 전망을 포함한 경제 관련 보고서를 유료로 제공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증권사 간 고객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일부 연구소가 증권사 내의 리서치센터로 들어오면서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투자은행(IB) 전환을 준비하는 삼성증권의 이번 시도에는 리서치센터가 단순한 자문 역할을 넘어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 돼야 한다는 발상도 깔려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시 보고서 유료화는 증권업계의 숙원”이라며 “연구원들의 높은 연봉을 감안해서라도 업계의 분위기만 조성되면 유료화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사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유료화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보고서가 유료화되면 개인들의 직접투자가 줄고 외국과 같은 간접투자 문화가 더 빨리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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