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선점

  • 입력 2009년 1월 13일 23시 20분


세계 최대의 자동차업체인 미국 GM)이 최근 미국에서 열린 '2009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선보인 모델은 전기자동차인 '시보레 볼트'이다.

내년부터 4만 달러 내외의 가격에 판매될 볼트는 세계에서 처음 나오는 보급형 전기자동차로 관심을 끌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배터리만으로 자동차를 구동하기 때문에 배터리와 휘발유 등의 가솔린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카보다 훨씬 앞선 개념의 진전된 차량이다. GM이 이 차에 사활(死活)을 거는 것은 친환경자동차로 현재의 파산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이런 시보레 볼트의 배터리 공급사로 LG화학이 선정된 것은 한국 기술로 본격적인 전기자동차 시대를 개막하고 관련 시장을 선점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본의 배터리 '아성' 격파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미래형 자동차 배터리 부문에서는 일본에 뒤처졌다.

현재 시장에 나오고 있는 하이브리드카 배터리 대부분은 니켈수소 배터리로, 1990년대부터 일본 파나소닉과 도요타의 '파나소닉 EV 에너지', 닛산과 NEC의 'AESC', 산요 등 일본 기업들이 일찌감치 선점했다.

이런 상황에서 LG화학은 리튬이온 배터리에 눈을 돌렸다. 니켈수소 배터리보다 가격은 좀 더 비싸지만 에너지를 50% 이상 많이 내는데다 가볍고 안정성이 높다는 점에 착안했다.

우선 LG화학은 1999년 전자제품에 많이 쓰이는 소형 리튬 배터리 양산에 착수한 데에 이어 2000년 전기자동차형 중대형 리튬 배터리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마침 2000년대 들어 노트북과 휴대전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LG화학은 배터리 양산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전지사업부를 직속 부서로 두고 매주 한 번 이상 오창테크노파크를 방문할 정도로 전지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그 결과 LG화학은 노키아, 모토로라, HP, 델 등 글로벌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할 정도로 제품 품질을 인정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2007년 GM사의 시보레 볼트 배터리 입찰에 참여했다.

일본 히타치 등 14개 글로벌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LG화학은 독일 콘티넨탈와 함께 최종 후보로 선정됐고 경쟁 끝에 배터리 공급업체로 최종 선정됐다.

●'꿈의 전지'로 불리는 2차 배터리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LG화학은 2013년까지 총 1조 원을 투자해 자동차 전지 산업을 신(新)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에너지 고갈 등으로 관련 시장이 커져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카, 연료전지차 등 미래형 자동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2008년 7000억 원 수준에서 2012년에는 3조2000억 원 수준으로 연평균 47%가량의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 관계자는 "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 양산할 예정인 하이브리드카에도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라며 "하이브리드카 배터리는 일본에 뒤졌지만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은 국내 기업들이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리튬이온 전지를 생산하는 삼성SDI와 SK에너지 등도 세계 시장을 노크하기 위해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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