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재테크는]리스크 잘 관리하면 ‘절호의 기회’ 온다

  • 입력 2009년 1월 1일 00시 11분


■ PB 50명의 투자 가이드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자세로 투자에 임하라. 다만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현금을 미리 확보하라.”

2009년은 무엇보다 리스크(위험) 관리에 주력해야 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재테크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이어져 국내외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펀드의 기대수익률은 연 15% 이하로 낮추고, 잘 아는 투자처의 안전한 상품에 대한 비중을 높게 유지하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저금리 장기화와 향후 경기회복에 대비해 여유자금을 확보한 뒤 유망 자산에 투자하는 능동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적지 않았다. 위기 상황이라고 무조건 움츠러들기만 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동아일보 경제부는 설문을 통해 국내 주요 은행 및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50명의 2009년 재테크 전망을 들어봤다.》

“펀드투자지역 韓-中 유망” 79%

“증시 직접 투자 권하겠다” 52%

“재건축 아파트 투자할만” 26%

○ “절반 이상은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지난해 주식 같은 ‘공격형 금융상품’ 대신 은행예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린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PB들은 올해도 이런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1억 원을 새로 투자할 때 바람직한 포트폴리오를 묻는 질문에 PB들이 내놓은 답을 평균했더니 △펀드(3130만 원) △은행 예·적금(2590만 원)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금융상품(1950만 원) △주식 직접투자(790만 원) △파생상품(360만 원) △금 관련 상품(290만 원) △외화(20만 원) △기타(870만 원)로 나타났다. 기타 답변은 대부분 채권이었으며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은행상품, MMF, 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추천 펀드(복수 응답)로는 한국투자삼성그룹주식형(10명), 신영마라톤주식형(8명), 신영밸류고배당주식형(6명), 하나UBS배당60주식형(6명) 등 약세장에서 강한 펀드가 많이 언급됐다.

펀드투자 유망 지역으로는 한국(44.6%)과 중국(34.7%)이 꼽혔다. 한국은 증시가 저평가된 데다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중국은 당국의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으로 여전히 높은 경제성장이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러시아(24.0%)와 동유럽(21.9%)은 원자재 가격 하락 우려, 정치정세 불안 등의 이유로 가장 투자를 피해야 할 지역으로 꼽혔다.

올해 유망한 ‘섹터펀드’는 금융(30.5%) 원자재(19.5%) 인프라(15.9%) 등의 순이었다. 금융과 원자재 업종은 지난해 충분한 조정을 겪었고, 인프라 업종은 올해 각국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표가 몰렸다.

펀드 투자로 기대할 만한 적정 수익률로는 절반에 가까운 PB가 ‘연 10∼15%’(46.0%)라고 답했다. 채권, 예금 금리 수준인 ‘연 5∼10%’(24.0%)로 만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 “투자 자체를 멈추지 말라”

재테크 전문가들은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도 투자 자체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이 저평가된 자산에 투자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식 직접투자를 투자자에게 권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52%가 ‘권한다’고 답한 반면 ‘별로 권하지 않는다’는 10%에 그쳤다. 지난해 시세가 큰 폭으로 출렁였던 금 투자에 대해선 46%가 ‘보통’이라고 답해 유보적인 응답이 많았다.

보유할 만한 외화(外貨)로는 중국 위안화(40%)와 유로화(14.6%)가 꼽혔다. 위안화는 달러를 대신해 새로운 기축통화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실수요가 아니라면 필요 없다’ ‘오히려 저평가된 원화가 낫다’는 답도 많았다.

유망 부동산 투자처로는 정부의 규제완화 혜택이 기대되는 재건축 아파트가 26.8%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오피스텔(14.0%), 신규 분양 아파트(11.6%), 기존 아파트(11.6%)에 투자하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투자할 부동산이 없다’는 부정적 답변도 9.3%였다. 또 10명 중 8명은 올해 부동산 가격이 0∼20%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가계 위기관리 시스템 만들어야”

국민은행 공성율 재테크팀장은 “장기 수익률은 결국 자산배분을 얼마나 잘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저금리 시대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을 고려하면 안전한 예금자산 외에 길게 보유할 수 있는 투자자산에도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인한 가장(家長)의 실직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우리은행 강남투체어스 박승안 팀장은 “올해 재테크 계획을 세울 때는 ‘가계 위기관리’를 염두에 둬야 한다”며 “3∼6개월의 생활비는 여유자금으로 확보해 놓고,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떤 펀드나 보험을 해약해 자금을 마련할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설문에 응한 PB 50명

▽국민은행=고영재 공성율 박승호 이정걸 최은석

▽우리은행=김도훈 김인응 박승안 정병민 하범수

▽신한은행=김기태 김수경 김치홍 송재원 천수명

▽하나은행=김창수 김학년 박동규 정상영 최봉수

▽대우증권=김금숙 김선철 성기찬 이성노 정진웅

▽미래에셋증권=김상철 김영빈 정상윤 추성태 황진성

▽삼성증권=고규현 김진웅 박상진 유태우 이동환

▽우리투자증권=김대희 김복녀 신재권 이학전 장민수

▽하나대투증권=권이재 문국창 서재석 유정렬 이경민

▽한국투자증권=김도현 김재홍 윤재원 정대영 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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