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 시대’ 다시 오나

  • 입력 2008년 12월 17일 03시 06분


올해 7월 이후 파죽지세로 솟아오르던 달러화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유동성 공급과 기준금리 인하 속에서 연말 결산을 앞둔 외국 기업들이 달러를 팔아 자금을 송금하면서 달러화가 주요국 통화 대비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국내 외화 자금 시장의 ‘달러 가뭄’ 해소와 원-달러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유로화 가치 이달 들어 7.9% 올라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 환율은 유로당 1.36970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10월 2일(1.40080달러) 이후 2개월여 만에 달러화 가치가 가장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달 들어서만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7.9% 올랐다.

달러화 가치는 올해 7월 초 유로당 1.59달러 선까지 하락했다가 중순 이후 유가 하락 등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 달라지며 강세로 돌아섰다. 9월 15일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고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과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10월 중순에는 유로당 1.2달러 선에 맴돌 정도로 ‘초강세’를 보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해외 주식 등에 투자한 미국 투자자의 본국 송금이 줄어든 반면 연말 결산을 앞둔 외국 기업들이 미국 내에 투자한 자금을 빼내 송금하기 위해 내는 달러 팔자 주문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 FRB가 금융시장 신용 경색 해소를 위해 시중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는 점도 달러 가치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1조 달러에 이를 수 있는 미국의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도 달러 하락 요인이다.

바클레이스캐피털은 15일 내놓은 글로벌 외환시장 관련 분기 보고서에서 “선진국이 기준금리를 최저 수준으로 내리는 바람에 금리 차에 따른 환율 변동보다 재정적자에 따른 환율 변동 요인이 커질 것”이라며 “세계 금융시장의 차입 축소가 아직 진행 중이어서 당분간 달러 가치가 유지되겠지만 내년에는 하락 리스크가 점점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국제 금융시장 신용경색 완화 청신호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7.40원 내린 1349.60원에 마감했다.

달러화 약세는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이 풀리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달러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외화 자금 시장과 연말 결산 시점의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을 우려하고 있는 기업과 은행권에는 호재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약세는 원-달러 환율 하락과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수급 환경을 개선시키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디레버리징(차입 축소)’과 신흥시장 침체 등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달러화 약세를 예단할 수 없다. 또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더라도 곧바로 원화 강세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많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환율이 국내 금융시장과 달러 수급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점을 볼 때 달러화 약세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당분간 1300원대를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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