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샐 틈 막아라” 돌아온 가계부

  • 입력 2008년 12월 13일 02시 58분


잘 쓰면 금리 1% 비용 버는 효과… 다시 찾는 주부들 부쩍 늘어

《주부 김모(34·경기 용인시) 씨는 결혼 후 쓰다 말다 하던 가계부를 최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아파트 대출금과 두 아이 육아비로 어차피 빠듯한 살림에 가계부를 써서 뭣하나 싶었던 김 씨는 이번에는 가계부를 정성들여 쓰고 있다.

김 씨는 “조금 귀찮지만 생활비를 절약하는 데 가계부만 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2년 만에 다시 쓰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가계부를 찾는 이가 부쩍 늘고 있다.

경기침체로 씀씀이를 줄일 필요가 커진 데다 예전에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쉽게 얻을 수 있었던 ‘공짜 가계부’를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



○ 불황에 불티나는 가계부

12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따르면 지난달 20일경 선보인 월간지 12월호 가운데 가계부를 별책부록으로 증정하는 여성동아 등 여성지 9종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2% 늘었다. 잡지 매출이 예년 같지 않은 요즘 ‘가계부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것이 출판업계 평가다.

박영준 교보문고 광화문점장은 “여성지뿐 아니라 지난해 문구코너에 1종류뿐이던 가계부가 올해는 12종으로 늘었다”며 “예년에 비해 서점 고객 가운데 가계부를 찾는 문의가 부쩍 증가했다”고 말했다.

주부들이 자주 찾는 이마트에서도 최근 20여 일간 가계부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 늘었다. 이마트 홍보팀 김윤섭 과장은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가계부는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제품이 많아 20, 30대 젊은 주부나 직장인이 주된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주부들 사이에서 쓰기 편하기로 소문이 난 농협이나 신협 가계부는 주부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 벼룩시장에서 권당 3000∼5000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 주부 혼자 쓰지말고 온가족 참여해야

경기가 나빠질 때 줄어든 수입에 당황하는 것은 기업만이 아니다. 가정 역시 매일 매일의 현금 흐름이 중요하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재테크의 시작은 투자가 아닌 오히려 ‘갖고 있는 돈을 지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가정의 자산구조가 담보대출, 신용카드 사용 등으로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어 가정의 현금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가계부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재테크 교양서 ‘딸기아빠의 펀펀 재테크’의 저자인 우리투자증권 용산지점 김종석 차장은 “금리 0.1%를 얻기 위해 발품을 팔지만 정작 가계부를 쓰면서 매달 여기저기 새는 돈만 잡아도 금리 1%를 더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회사를 다니며 재테크 관련 인터넷카페를 운영하는 최민우(42) 씨는 ‘가계부 쓰는 남편’이다. 최 씨는 매주 토요일 아내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과 함께 각자 그 주에 쓴 지출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최 씨는 “가계부 작성이 주부 한 사람의 업무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며 “가정의 지출은 식료품 등 장바구니보다 다른 곳에서 구멍이 뚫리는 경우가 더 많다”고 조언했다.

가계부도 엄연한 가정의 ‘대차대조표’인 만큼 지출 내용을 나열만 해서는 안 된다. 공성율 국민은행 금융센터 재테크팀장은 “세금, 공과금, 보험료 등 매월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과 외식비, 통신요금, 사교육비 등 매월 금액이 변하는 지출을 구분해 적어야 한 달을 결산할 때 불필요하게 돈이 새나간 변동 지출 명세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10원도 놓치지 않고 가계부를 쓰는 살림고수가 많았지만 요즘은 1000원 단위로 작성해도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 가계부 고수들의 평가다. 최 씨는 “콩나물 값도 500원하던 때가 지났다”며 “지나치게 숫자에 연연하기보다 중요한 지출을 중심으로 꾸준히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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