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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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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중견 조선(造船)회사들의 구조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해당 기업의 자구노력에 이어 정부와 은행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일부 조선업체들이 구조조정에 직면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금융권이 자금 제공을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 원인은 글로벌 조선경기 호황을 믿고 앞 다퉈 무리한 투자에 나섰다가 경기가 꺾이면서 어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본보 4월 24일자 A3면·9월 11일자 B1면 참조
“수도권 공장규제 완화하면 당장 22조원 투자유치 가능”
세계 조선경기 장기 호황으로 일감이 넘쳐나자 최근 2, 3년 사이 대형 조선소에 블록(Block·선체 부분)을 납품하던 하청업체들이 잇따라 직접 선박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존 중소 조선회사들도 경쟁적으로 생산 설비 확장에 나섰다. 이로 인해 새로 생긴 조선업체가 2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선업계에서는 추산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006년 이후 거의 두 달에 한 개 업체꼴로 새로운 조선소가 생겨나 업계에서도 정확히 몇 곳인지 알 수 없을 정도”라며 “조선경기 호황이 몇 년 더 지속됐다면 후발 업체들도 자리를 잡았겠지만 조선경기가 꺾여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세수(稅收)와 고용 확대를 위해 중소 조선소의 설립을 적극 지원해 조선소 급증에 일부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에 조선경기 하락 전망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중소 조선사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워낙 ‘장밋빛’ 전망이 많아 조선사들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할 시기를 잡기 힘들었고 조선설비 경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주체도 없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불황이 확산되면서 조선경기가 얼어붙는 조짐이 뚜렷해졌다. 선박수주 가격을 보여주는 ‘신(新)조선가격 월평균지수’는 2007년 1월 168.0에서 올해 9월 190.0까지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상승하다 10월 187.8로 꺾였다.
독(Dock·블록들을 한곳에 모아 선체를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시설) 등 인프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선업에 뛰어든 중소 조선사들은 대부분 선박을 수주한 뒤 은행 등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건조 시설을 확충하면서 동시에 선박도 만든다. 이 때문에 자금 지원이 끊기면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가 동시에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이 시설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공장 가동이 사실상 중단된 C&중공업과 제2 독 건설에 필요한 4000억 원의 시설 자금 융자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한조선이 대표적인 예다.
중소 조선업체들은 수주를 충분히 받아 놓고 있기 때문에 이번 위기만 넘기면 회생할 수 있다면서 우선 금융권이 선수금환급보증서(RG)를 발행해 줄 것을 호소한다. RG는 외국 선주(船主)가 국내 조선업체에 선박을 발주할 때 선박 인도 전에 지급하는 선수금에 대해 조선회사를 대신해 은행이 발행하는 일종의 지급보증서다.
현재 은행은 대형 조선소에는 RG를 발급해 주고 있지만 중소형 조선소에 대해서는 사실상 RG 발급을 중단했다.
조선 회사는 통상 선수금을 받아 배를 만들어 납품하고 잔금을 받는데 은행이 지급보증을 해주지 않으면 발주 계약 자체가 성사되지 못해 수주가 줄어들고 현금 흐름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김철호 C&그룹 이사는 “최근 중소 조선소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금융권의 지원 중단으로 초래된 측면이 크다”며 “조선소도 자회사 매각 등 자구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금융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선경기가 내리막이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증권사 조선담당 애널리스트는 “조선 시황이 앞으로도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중소 조선사들이 이번 위기를 넘기더라도 앞으로 순조롭게 수주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형 조선회사와 중소 조선회사 간 인수합병(M&A) 등 조선업계의 재편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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