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실 예방 위한 선제적 조치 필요”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 ‘3각 갈등’ 해법은

“한은, 은행채 매입 늘려 돈줄 터줘야”

금융당국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실물경제 침체 심화를 막기 위해 은행 등 금융회사가 중소기업을 돕도록 독려하는 동시에 은행들의 건전성이 나빠지지 않도록 감독의 고삐를 당겨야 한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 같은 딜레마를 해결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자본 확충을 돕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국에 주문했다.

○ 대출 늘리려 은행 건전성 기준 완화

‘중기 대출을 늘리라’는 당국의 요구에 대한 은행의 속마음은 “버틸 만큼 버틴 후 야단맞는 쪽이 낫다”는 것이다. 리스크가 큰 중기 대출을 늘렸다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질 경우 자칫 은행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중기 대출에 따른 은행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우선 지난달 29일에 ‘3개월 기준 100% 이상’으로 정해져 있던 원화 유동성 비율을 ‘1개월 기준 100% 이상’으로 낮췄다. 이달 5일에는 새 BIS 협약인 ‘바젤Ⅱ’의 의무도입 시기를 내년 1월에서 2010년 1월로 1년 연기했다. 10일에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의 보증비율을 높여 은행들이 BIS 비율 악화를 최소화하며 돈을 빌려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최근 은행들의 BIS 비율이 낮아지면서 금융당국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건전성 기준에 손을 대면 외국인들의 의구심을 키우는 위험도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피치가 한국의 은행권 문제를 거론하며 10일 한국의 장기외화표시채권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 은행부실 사전에 막는 대책 필요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은행채 매입 규모를 확대하고 연기금과 함께 은행의 후순위채 등을 매입해 자금 공급을 확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9일 처음 언급한 ‘프리 워크아웃(Pre-Workout)’ 제도도 사정이 악화되기 전에 정부 또는 국책 금융기관이 은행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관련법은 부실화가 명백할 때에만 공적자금 등으로 금융회사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정해 놓고 있다”며 “아직 논의하기 시작한 수준이지만 영국 등 선진국이 그랬던 것처럼 금융회사가 부실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정부 등이 자본 확충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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