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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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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금융위기의 수습방안은 대략 3단계 과정을 거친다. 첫째, 문제해결의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시스템 실패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새 규제 및 감독기구를 설립해 비슷한 문제점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는 지금의 위기상황이 어느 정도 누그러진 다음에 할 일이다. 미국 정부는 이런 원칙을 간과함으로써 위기를 심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부터 살펴보자.
일본의 경험이 지침이 될 수 있다면 미국의 금융위기는 단계별로 다른 정책을 요구하는 세 가지 국면을 거칠 것이다. 1차 국면은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공포가 지배하고 은행의 도산이 이어지는 단계다. 2차 국면은 부실자산 정리문제다. 은행의 부채가 순자산을 상회해 시장에서 자본을 끌어들일 수 없는 처지다. 이때 정부는 새 자본을 투입해 은행을 회생시켜야 한다. 미국의 구제금융은 이 단계를 겨냥한 것이다. 3차 국면은 기업의 대량 도산이다. 은행 대출에 의지하던 기업이 그 희생양이다. 일본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기까지 15년이 걸렸다.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둘째 단계는 시스템 실패의 문제다.
미국은 단순한 개별 은행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 유동성 부족은 집단 이론에서 거론되는 ‘늑대 신드롬’으로 이어질 수 있다. 늑대가 먹잇감을 집단으로 공격할 때엔 팀워크를 유지하지만 극도의 굶주림을 겪으면 무리 가운데 가장 약한 늑대를 공격한다는 것. 리먼브러더스가 도산한 뒤 남은 이들은 다음의 취약한 희생자를 물색한다. 리먼 다음에는 워싱턴뮤추얼이라는 식이다.
은행의 도산은 자금 부족과 주가 폭락에 따른 것이다. 지금 시대는 공포에 질린 투자자와 예금자들이 인터넷으로 자신의 돈을 순식간에 인출한다. 워싱턴뮤추얼이 그런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해야 할 일은 다른 국가들과 함께 손실 규모를 파악해 신용을 회복하는 일이다. 곤궁에 처한 금융기구를 돕기 위해 필요한 유동성이 얼마인지를 분명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이 단지 돈만 찍어낸다면 큰 실수를 저지르는 셈이 될 것이다. 미국 행정부의 접근법 중 문제점은 미국 내부의 자원만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7000억 달러 구제금융 패키지를 제안하기 전에 미국은 상당액의 약속어음을 찍어내 달러 가치를 떨어뜨렸고, 다른 국가들에도 공포를 전염시켰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 대만 등의 외환보유액을 모으면 7조5000억 달러 정도 된다. 여기에 미국이 2조 달러를 추가한다면 대략 10조 달러의 돈이 모일 수 있다. 스웨덴의 경험처럼 3% 정도의 이자를 적용해 이 자금을 이용한다면 유동성을 확보해 은행을 회생시킬 수 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재발 방지를 위한 감독기구를 설립해야 한다.
엄격한 관리를 바탕으로 선진국들이 유동성 공급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1단계에서 성공적인 정책을 수행하더라도 2단계에선 새로운 도전이 나타날 수 있다. 지금은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을 처리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단계적 처방은 한 방에 이뤄질 수 없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큰 희생이 필요하다.
오마에 겐이치 경제평론가 오마에앤드어소시에이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