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시승기/크라이슬러 뉴 그랜드 보이저

  • 입력 2008년 9월 24일 02시 06분


노래방 + 영화관 ‘여행에 딱’

오랜만에 떠나는 가족 여행. 가는 길이 멀다면 여행을 떠난다는 설렘은 목적지의 중간에도 못 미쳐 사라진다.

차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잠을 청하는 것 말고는 달리할 게 없다.

크라이슬러의 ‘뉴 그랜드 보이저’는 가족들이 집 거실에서 쉴 때와 비슷한 환경을 제공해 지루하지 않게 장거리 여행을 하도록 도와준다.

즐거운 여행이 가능한 것은 상당 부분 멀티미디어시스템 덕분이다. 20기가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장착한 이 시스템은 CD, DVD, MP3 플레이어, 후방카메라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 1200곡의 노래를 저장해 들을 수 있고 USB 단자를 통해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다.

2열과 3열에 8인치 모니터가 각각 장착돼 있어 취향에 따라 원하는 미디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영화 2편 ‘동시 상영’이 가능하고, 2열에 앉은 사람은 영화를 보고 3열에 있는 사람은 음악 감상을 할 수도 있다.

차량 내부 공간 활용도 자유롭다. 간단한 조작을 통해 2열과 3열의 시트를 차체 바닥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 아이들은 누워서 잠을 청할 수 있고, 어른들은 두 다리를 쭉 펼 수 있게 된다.

수납공간도 많다. 구석구석에 자리 잡은 컵 홀더가 13개나 된다. 각종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여기저기 달려 있다. 하지만 트렁크가 차체에 비해 작은 것은 흠이다.

‘마이 홈’과 비슷한 환경은 기본적으로 승차감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특히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부드럽게 주행할 때는 요트가 바람의 힘만으로 바다를 항해하듯이 미끄러지듯이 나아간다. 6단 자동변속기와 개선된 서스펜션 구조로 승차감이 안락해졌고, 고강력 열연강판을 사용해 소음과 진동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7인승치고는 차체가 상당히 큰 편인데 처음 봤을 때는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가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해보면 주차센서와 후방카메라가 주차 도우미 역할을 해서 큰 어려움은 없지만 주차 공간이 좁은 아파트 주차장에서는 몇 번 전진과 후진을 반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어쩔 수 없다.

편의장치와 승차감만 놓고 본다면 욕심이 가지만 낮은 연료소비효율은 차량 구입을 망설이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기름을 가득 채운 뒤 서울을 출발해 경남 남해군을 거쳐 전남 광양시로 갔는데 10만 원어치를 더 넣어야 서울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3.8L V6 가솔린 모델의 공인연비는 L당 7.1km. 가격은 부가세 포함 5490만 원.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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