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닦는 ‘극세사 수건’ 초정밀 생산

  • 입력 2008년 9월 18일 03시 01분


■ ‘극세사 클리너’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웰크론 공장

17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웰크론 본사 1층 클린룸.

얼굴만 보이는 흰색 방진복에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클린룸용 와이퍼’를 포장하고 있었다. 클린룸용 와이퍼는 전자산업 장비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 쓰이는 일종의 수건으로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다.

클린룸 천장에는 초미세 먼지를 99.99% 이상 걸러내는 필터가 설치돼 있었다. 사과상자 크기의 공간에 0.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크기의 먼지 입자가 1개 이하로 있는 청정 공간을 ‘클린룸 클래스1’이라 부른다. 먼지 입자 100개가 있는 정도면 ‘클린룸 클래스100’이다.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클래스1 수준을 갖춘 웰크론은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 와이퍼를 공급하며 또 다른 의미에서 ‘반도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 흡수력은 일반 섬유의 3, 4배

웰크론은 극세사(極細絲) 클리너 세계 시장 점유율 25%로 1위다.

극세사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매우 가는 실로 일반 섬유에 비해 흡수력과 세정력(洗淨力)이 뛰어나다.

극세사 클리너는 제품 표면에 상처를 내지 않고 먼지를 제거하는 고기능성 직물로 렌즈와 주방용기 분야 등에 다양하게 이용된다. 고급 클린룸용 와이퍼도 극세사로 만들어진다. “극세사의 우수성을 직접 보고 싶다”고 부탁하자 이창환 연구소장은 기자를 물리실험실로 데려 갔다. 극세사로 만든 손바닥만 한 크기의 직물을 물에 갖다 대자 빠른 속도로 물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흡수 정도를 나타내는 그래프가 급한 기울기를 보였다. 물에 닿은 지 10초 만에 극세사 직물은 자기 무게의 145%만큼 수분을 흡수했다. 이 소장은 “40% 정도를 흡수하는 일반 섬유에 비해 극세사의 흡수력은 3, 4배 뛰어나다”고 말했다.

극세사 클리너는 웰크론의 효자 상품이다. 웰크론의 지난해 매출액 426억 원 중 65% 정도가 수출 물량인데 수출의 대부분을 극세사 클리너가 차지했다. 청결 유지에 대한 기준이 엄격한 유럽과 미국이 주요 수출국이다.

○ 위기를 기회로 바꾼 과감한 투자

이영규 웰크론 사장은 과감한 투자로 회사를 키웠다.

1992년 회사 설립 후 1997년 외환위기로 많은 기업이 힘들어할 때 이 사장은 경기 부천시에 새 공장을 세웠다. 위험을 감수한 투자였지만 수출 기업인 웰크론은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의 덕까지 보며 매출을 늘렸다. 1996년에 28억 원이던 매출은 1997년 78억 원으로 늘었고 이듬해에는 150억 원이 됐다. 그 후 매년 20% 이상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웰크론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2005년 100억 원을 투자해 충북 음성군에 나노섬유 공장도 지었다. 공장에서는 현재 빌딩 천장과 에어컨 등에 쓰이는 필터를 생산하고 있다. 기존 필터보다 이물질을 걸러내는 여과율을 높인 고효율 필터다.

이 회사는 나노섬유로 클린룸 천장에 사용되는 필터를 만들어 판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현재 천장 필터에 사용되는 것은 유리섬유. 미국과 유럽에서는 유리섬유 필터를 잠재적 위험 물질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기준이 강화되면 나노섬유 필터 수요가 늘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WELCRON::

▼ 1992년 5월

㈜은성코퍼레이션 창립

▼ 2002년 4월

산업자원부 ‘극세사 목욕용품’ 세계일류상품 선정

▼ 2005년 12월

충북 음성군에 나노 필터 생산공장 준공

▼ 2006년 7월

산업자원부 ‘청소용 극세사 섬유제품’ 세계일류상품 선정

▼ 2007년 12월

주식회사 웰크론으로 사명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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