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아파트 뜯어보니… 소형 웃고 중형 울고 대형 건재

  • 입력 2008년 8월 29일 03시 16분


66㎡미만 6.8% ↑ 99~163㎡ 1.7% ↓

경기침체 속 평형따라 희비 엇갈려

《서울 강남권(강남 서초 송파구)에서 가장 인기 있던 중형 아파트 가격은 급락하는 반면 한때 ‘찬밥’ 취급을 받던 소형 아파트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강남권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버블’ 논란에 휩싸여 있지만 고가(高價) ‘블루칩’ 대형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점도 강남권 주택시장의 최근 추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와 높은 금리, 대출 제한 등의 영향으로 강남권 아파트 매매 시장이 주택 규모 등에 따라 나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소외받던 소형 아파트는 ‘전성기’

올해 강남권에 66m²(20평형) 미만의 소형 아파트 가격은 크게 올랐다.

28일 부동산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 초 대비 강남 3구의 66m² 미만 아파트(재건축 아파트 제외) 가격은 평균 6.84%가 올랐다. 특히 강남구는 평균 12.98% 급등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신동아아파트 50m²(15평형)는 연초보다 5000만 원 이상 오른 3억1000만 원 전후로 시세가 형성됐다. 지난해 8월 말에 비해서는 1억 원 가까이 뛴 것.

소형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중소형 간의 3.3m²(1평)당 가격 차가 크게 난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스피드뱅크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의 3.3m²당 평균가격은 3375만 원이지만 66m² 미만의 가격은 2212만 원으로 1000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수년간 소형 주택이 공급되지 않은 데다 경기 불황으로 주택 규모를 줄이려는 수요의 증가, 리모델링 추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강남권 소형 아파트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찬밥’ 신세 된 중형 아파트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강남권에서 가장 인기가 높던 99∼163m²(30∼40평형대)의 중형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 초 대비 평균 1.70% 내렸다.

2006년 3월에 4억 원을 대출 받아 송파구에 7억 원대의 132m² 아파트를 장만한 직장인 박모 씨. 그는 변동금리 이자가 최근 8%까지 뛰면서 한 달 이자만 260만여 원에 이르자 집을 팔기로 결정했다.

박 씨는 “2년 전보다 한 달 이자가 60% 이상 늘어나는 바람에 집을 팔고 인근 전셋집으로 들어가게 생겼다”며 한숨을 쉬었다.

특히 강남 3구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송파구에서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으로 급매물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윤정희공인의 윤정희 사장은 “잠실의 신규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1가구 2주택 회피 매물도 있지만 높은 금리부담을 못 이겨 급매로 아파트를 내놓은 이들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 ‘블루칩’ 아파트는 보합세

주상복합 아파트인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등이 일부 경매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강남권의 고가 블루칩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241m²(73평형)는 향(向)과 층에 따라 45억∼60억 원대에서 변동이 없다. 전통적인 부촌으로 인식되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역시 최근 일부 가격을 낮춘 매물이 나왔지만 172m²(52평형)대가 23억 원 전후에 거래된다.

삼성동 LAB뉴스타 공인의 관계자는 “아이파크의 대형 평형 소유자들은 대출 자체가 많지 않아 금리가 높아졌다고 해도 아파트를 싸게 내놓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실수요자라면 시세가 바닥에 근접한 중형 아파트는 매수를 고려해보고, 가격이 많이 오른 소형은 좀 더 지켜보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