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둥이 기업 “나라 밑바탕 깔았죠”

  • 입력 2008년 8월 15일 02시 56분


[삼부토건] 건설면허 1호… 진해기지 공사

[동화홀딩스] 목재소로 출발 8개국에 진출

[흥국화재] 6·25전쟁 피해건물 재건 도와

[덴소풍성] 자동차 부품생산 선구자 역할



‘또 다른 60년을 향해 뛴다.’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같은 해인 1948년 설립돼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기업은 건설사 삼부토건, 목재전문기업 동화홀딩스, 손해보험사 흥국쌍용화재, 자동차부품제조업체 덴소풍성 등 4개 업체다.

이들 기업은 6·25전쟁과 오일쇼크, 외환위기 등 60년간 한국 현대사와 궤를 같이 하며 경제 성장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 업체는 “숱한 굴곡을 겪으면서도 평균수명이 26세인 국내 1000대 기업보다 훨씬 장수해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만큼 뜻이 깊다”며 “한강의 기적을 이뤄 낸 저력을 밑천으로 대한민국을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세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삼부토건은 국내 건설면허 취득 1호 기업이다.

건설공무원 출신인 고 조정구 총회장이 삼부토건을 설립한 1948년 4월 1일은 광복 이후 일본 건설사들이 철수해 국내에는 자체적으로 건물을 지을 만한 곳이 없었던 시절이다.

처음에는 이렇다 할 공사를 따내지 못했지만 경남 진해 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맡으며 성실성을 인정받은 뒤 굵직한 공사를 도맡으면서 도급 순위 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삼부토건은 1960년대 경부고속도로와 경인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해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것을 비롯해 1990년대 지하철 5호선 서울 마포∼여의나루 구간 건설로 국내에서 처음 한강 밑 공사를 성공시키는 등 대한민국 인프라 역사의 산증인이다.

삼부토건의 올해 도급 순위는 32위. 삼부토건은 플랜트 공사 수주와 해외 진출 강화 등으로 옛 영광을 되찾겠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정진우 삼부토건 대표는 “현재 경영 여건이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외환위기 때도 과다 차입을 자제해 끄떡없이 버텼다”며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원칙 경영’으로 한국 경제의 선진화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1948년 4월 2일 서울 왕십리에서 작은 목재소(동화기업)로 출발한 동화홀딩스는 한국을 비롯해 홍콩 호주 등 8개국에 26개 자회사를 거느린 ‘목재 전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동화홀딩스의 성장 비결은 특유의 개척 정신과 치밀한 인수합병(M&A) 전략이다. 1975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하는 등 일찍이 해외로 눈을 돌렸고, 2006년 말레이시아 현지 공장을 인수해 고압축목재(MDF) 생산량 아시아 1위, 세계 6위 기업이 됐다.

특히 동화홀딩스는 못 쓰는 가구나 건축자재를 압축해 재활용하는 기술을 통해 목재 자급률이 9%에 불과한 ‘산림 빈국’ 한국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승명호 동화홀딩스 대표는 “올해 매출 목표는 2000년보다 7배 늘어난 1조 원으로 잡았다”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세계 목재 시장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흥국쌍용화재보험은 김성곤 전 쌍용그룹 창업주가 자본금 2000만 원으로 1948년 3월 15일 설립한 고려화재해상보험이 모태다. 당시 설립 취지는 “광복 이후 신(新)국가 건설을 위해 보험 건국으로 국가에 이바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 회사는 6·25전쟁 당시 발생한 부산 대화재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등 목조 건물이 많아 화재 위험이 큰 한국 사회의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했다.

1958년 쌍용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뒤 1960년대 손해보험업계 1, 2위를 다투기도 했지만 외환위기 여파로 2001년 모기업인 쌍용그룹이 해체되면서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6년 태광그룹에 인수됐고, 태광 계열의 흥국금융그룹에서 흥국투자신탁, 흥국증권 등 계열사와 함께 금융 강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덴소풍성은 1948년 10월 25일 설립된 풍성산업이 전신이다. 당시 자동차 부품과 전기통신기기를 제조하다 1997년 글로벌 부품기업인 일본 덴소와 합작했다.

이 회사는 현재 현대·기아자동차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며 ‘한국 차, 넘버 원’이라는 명성에 한몫하고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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