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증 떨쳐내야 일자리가 보여요”

  • 입력 2008년 8월 15일 02시 56분


■ 고용상담원 김소영씨의 취업 가이드

“스무 살이 넘었는데도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르더군요.”

노동부 광주종합고용지원센터 상담원 김소영(32·사진) 씨는 젊은 구직자들을 대할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낀다. 일자리를 찾겠다며 찾아온 청년들에게 무슨 직업을 갖고 싶은지 물으면 “사무실에서 일할래요”, “공장에서 일할래요” 같은 막연한 대답이 많기 때문이다. 의욕만 앞섰지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김 씨를 통해 청년실업의 실태와 대안을 들어봤다.

○ 적성 발견 프로그램 서비스

최근 취업에 성공한 이모(23) 씨는 ‘고졸’이라는 학력 때문에 아예 취직을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 씨가 상담해 본 결과 그의 가장 큰 문제는 남들 앞에서 제대로 말을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김 씨는 집단상담을 통해 이 씨의 외향적인 성격을 끌어냈고, 이 씨는 결국 자신이 희망하던 디자인 회사에 들어갔다.

김 씨는 1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자리가 늘지 않는 게 청년실업의 근본 이유지만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진로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그나마 어렵게 일을 시작해도 적응하지 못하고 곧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김 씨는 노동부가 운영하는 청년실업 지원 프로그램 ‘YES(Youth Employment Service)’를 맡고 있다. YES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에게 적성 발견에서 취업까지 전 과정에 필요한 서비스를 일대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2006년 8월 시작됐다.

1999년부터 노동부에서 직업상담사로 일한 김 씨는 YES 프로그램 시범사업 단계부터 참여해 프로그램 매뉴얼을 만드는 데도 일조했다. 그가 YES 프로그램에서 만나 일자리를 찾아준 청년 실업자만 250여 명에 이른다.

○ “취업 포기 늘어 걱정”

김 씨는 “상담 창구를 찾는 청년들은 대부분 자신감이 없다”며 “스스로 ‘원래 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그나마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게 다행이라고 한다. 김 씨는 “구직활동은커녕 아예 상담받을 생각도 하지 않는 20대가 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실업자는 33만여 명에 이르고, 구직활동 자체를 포기한 ‘취업 단념자’도 12만 명이나 된다.

김 씨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좀 더 근본적인 청년실업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 인턴사원 몇천 명을 보내는 식의 단발성 정책보다는 개개인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진로교육과 상담 프로그램을 늘리는 등 근본적인 것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도 결국 취업의 성패는 구직자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진리를 거듭 강조했다.

“옆에서 돕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요. 절대 숨어서 방황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본다는 생각으로 덤벼드세요.”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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