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찰 유찰… 최저경매가 20%씩 뚝 뚝… 강남 高價아파트의 굴욕

  • 입력 2008년 8월 8일 02시 54분


《“○○○ 씨 9억5311만 원, △△△ 씨 9억7337만 원….”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입찰법정 211호(사진).

도곡동 타워팰리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 서울 강남 지역 고가(高價) 아파트들이 줄줄이 경매에 나온 이날, 집행관이 대치동 대치삼성아파트의 입찰가를 발표하고 있었다. 법정에는 200여 개 좌석이 꽉 찼고 나머지 공간도 사람들로 빼곡히 들어찼다. 무더위에 사람들은 연방 부채질을 하거나 땀을 닦으며 발표에 귀를 기울였다.

대치삼성아파트의 입찰에는 17명이 참여했다. “◇◇◇ 씨, 11억1170만 원.” 가장 높은 입찰가가 발표되자 몇몇 사람의 입에서는 “아∼” “캬∼” 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

○ “억 억 떨어져도 여전히 비싸 보여”

지난달 유찰됐다가 다시 경매에 나온 타워팰리스는 입찰자가 없어 이날 또 유찰됐다. 경매에서는 한 번 유찰될 때마다 최저경매가(입찰가 하한선)가 20%씩 떨어진다.

경매를 지켜본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타워팰리스는 가격이 20% 떨어져도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2채(감정가 24억 원, 14억5000만 원)는 각각 20억6900만 원, 12억5620만 원에 단독 낙찰됐다.

이날 강남 지역 아파트 입찰에 참여했던 한 여성은 “아파트 값이 더 내릴 수도 있지만 바닥이 언제인지를 맞히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투자에 나섰다”며 “지금 강남 지역 대형 아파트는 가격이 많이 내려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삼성동 아이파크가 이날 처음 경매에 나올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연기됐다. 삼성동 아이파크는 감정가가 35억 원이지만 아파트를 경매에 넘긴 채권자가 받아야 할 금액이 4억5000만 원으로 감정가보다 매우 적어 경매가 중단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 대출이자 부담 커져 경매매물 쌓여

강남 지역 고가 아파트들이 경매에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경매에 나온 수도권의 6억 원 이상(감정가 기준) 아파트는 1431건이나 돼 지난해 같은 기간(527건)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는 올해 1∼7월 전국에서 경매에 나온 부동산 물건이 14만97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만4298건)보다 줄어든 것과 대조를 이룬다.

게다가 최근 경매에서 낙찰된 고가 아파트들은 감정가에 비해 낙찰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감정가 30억 원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는 지난달 20억212만 원에 낙찰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이 66.7%까지 떨어졌다. 개포동 현대아파트(감정가 19억 원)도 13억8880만 원(낙찰가율 73%)에 낙찰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경매시장에 나오는 고가 아파트들은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1가구 다주택 보유자들이 집값 급락에다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이를 못 견디고 내놓은 것으로 분석했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소형 아파트와 달리 대형 고가 아파트는 일반 시장에서 거래가 안 되다 보니 경매에까지 나오게 된 것”이라며 “경매에서도 소형 아파트는 곧바로 낙찰되지만 고가 아파트는 한두 번 유찰되는 게 일반적이어서 고가 부동산 시장 침체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정아름(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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