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0% … 세금 빼면 ‘마이너스’

  • 입력 2008년 8월 7일 03시 00분


물가 급등 영향 3년7개월만에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물가 상승분만큼 이자 수입을 챙기지 못하는 ‘마이너스 실질금리’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은행 예금 금리는 비교적 높은 수준인 5%대를 유지했지만 물가가 금리보다 더 빨리 오르면서 실질금리가 3년 7개월 만에 0%대로 떨어진 것이다.

6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중 예금은행의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것)가 0%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조사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5%였는데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중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 평균금리도 연 5.5%로 조사됐다. 6월만 놓고 보면 은행 이자와 물가 상승률이 같아진 것이다.

은행 예금 이자에 붙는 세금(세율 15.4%)을 뺀 실효금리는 ‘마이너스’다.

소비자물가가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 평균금리까지 오른 것은 2005년 1월(0.0%)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지난해 8월 실질금리는 3.0%였지만 10월에 2.3%로 2%대로 내려섰고, 올해 2월부터 4월까지는 1%대를 보이다가 5월 0.5%로 하락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9%까지 올랐기 때문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실질금리는 더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자금시장에서는 이날 금통위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만약 정책금리를 올릴 경우 물가를 안정시키고 실질금리를 정상화할 수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 급등으로 물가가 치솟았지만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로 정책금리를 11개월간 인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물가가 금리를 따라 잡은 것”이라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가계 저축 유인이 줄어 금융기관의 자금배분 기능이 위축되고,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실효금리가 ‘마이너스’인 데다 주식시장까지 침체기여서 시중 자금도 고금리 상품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은행과 저축은행도 6∼7%대 고금리 특판 예금을 내놓고 자금 유치에 나서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연 금리 6.28%인 ‘YES 큰기쁨예금’을 판매해 6일간 2600억 원어치를 팔았다.

하나은행도 주가지수예금인 ‘지수플러스정기예금’과 동시에 가입하면 연 7.1%의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특판예금 상품을 선보였고 수협도 8월 말까지 2000억 원 한도로 연 6.5%의 확정금리를 주는 ‘독도사랑해’ 예금을 판매한다. 늘푸른저축은행은 5일자로 1년 만기 기준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금리를 모두 연 6.8%로 올렸다. 솔로몬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6.85%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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