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삭풍에 건설M&A열풍

  • 입력 2008년 7월 18일 02시 52분


부도건설사 잇달아 매물로… 중견업체들 “덩치 키워 불황 맞서자”

최근 쌍용건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남양건설은 인수합병(M&A)을 할 만한 건설사를 다시 찾고 있다. 사업 분야가 주택,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등으로 다양한 편이지만 해외시장 진출 경험이 없어 이 분야에 노하우가 있는 건설사를 인수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쌍용건설뿐 아니라 남광토건, 한양에 대한 M&A도 검토했지만 경쟁이 치열해 쉽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건설업계에 M&A 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건설사들이 급매물로 나오는 상황에서 사업을 다각화하고 덩치를 키우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중견 건설사들 사이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황이 길어지면 건설사 인수 비용이 기업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쌍용-현대건설 인수전 업계판도 재편 예고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84개 기업(1군 건설사) 가운데 5개 업체가 인수합병됐다.

1월에는 효성그룹과 중견사인 신창건설이 각각 지방 미분양 증가로 부도 직전에 몰린 진흥기업과 온빛건설을 인수했다.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이 회장으로 있는 샤인시스템은 세양건설을 M&A했다.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도 개인 자격으로 성지건설을 인수했다.

건설업 면허가 없는 대기업들이 건설업 진출을 위해 M&A 시장에 뛰어들기도 한다.

지난해 명지건설을 인수한 대한전선그룹은 올 4월 남광토건의 최대주주인 알덱스의 지분 22.84%를 793억 원에 사들여 남광토건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대기업 중에는 계열 건설사를 키우기 위해 추가 인수를 추진하는 곳도 많다.

최근 유통기업인 홈에버를 매각한 이랜드그룹은 건설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는 차원에서 중견 건설사를 인수해 계열사인 이랜드건설과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D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매각을 실사 중인 쌍용건설과 연말쯤 매각에 들어갈 현대건설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업계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기대만큼 시너지효과 못낼 것” 지적도

건설 M&A 시장이 커진 것은 차곡차곡 쌓이는 미분양을 견디다 못해 결국 매각 대상으로까지 내몰린 건설사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견 건설사들이 주택부문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한계에 이르면서 기획력과 자금력, 시공 경험 등을 모두 갖추지 않으면 대형 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보고 인수에 적극 나서면서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M&A 매물로도 가치가 없는 건설사들은 골프·콘도 회원권까지 팔아가며 부채를 갚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단기차익을 노리는 외국계 투기자본이나 몸집을 불리려는 대형 건설사들이 M&A에 나섰지만 최근에는 중견 건설사들이 생존을 위해 비용 부담을 무릅쓰고 M&A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사 인수에 따른 효과가 기대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실제 올해 초 M&A로 주목을 끈 성지건설과 진흥기업은 합병 뒤에 별다른 실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것도 예상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비슷한 사업모델을 가진 업체가 합병할 경우 기업의 수익성만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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