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REPORT]손잡은 우리, 행복합니다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SM REPORT’ 기사목록

▶ 손잡은 우리, 행복합니다

▶ “회사 발전 위해서라면…” 使보다 열심히 뛰는 勞

▶ 철강업계 “우리 사전에 분규란 없다”

▶ BMW GM 도요타…글로벌 질주 비결 ‘노사 한둥지’

▶ “家社不二… 직원의 가정―육아―복지도 챙겨라”

▶ “즐거운 직장, 일이 신나요”

▶ 은행들, 함께 돕고 서로 나누며 ‘갈등없는 직장만들기’

▶ 건설사들 “외환위기 이겨낸 마음으로”

▶ “자녀양육 회사가 책임집니다”

《“물론 아픔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위기를 잘 극복했더니 이제 가능성이 보입니다. 외부 환경은 힘들지만 이제 내부 문제는 없습니다. 이제 노사가 힘을 합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차례입니다. 경영진도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1988년 조합 설립 후 2, 3년마다 파업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2004년 64일간 장기 파업한 다음 조합원들의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잘못하다간 다 죽겠구나’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거죠. 이제 회사발전을 위해 노조가 뛰고 있습니다.”

-김홍열 ㈜코오롱 노조위원장》

노사상생 실천하는 코오롱 구미공장

1957년 4월 국내 최초로 나일론을 생산한 ㈜코오롱 구미공장은 코오롱그룹 내 유일하게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다. 그것도 화섬(化纖)업계의 대표적인 강경 노조다.

하지만 지난해 ‘노사 상생(相生) 동행 선언’을 하면서부터 노조는 회사 발전을 이끄는 한 축이 됐다.

○‘노조는 회사의 파트너’

김 위원장은 매일 오전 구미공장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각 사업장의 조합원들을 만나면서 “힘든 게 없는지” “회사에 요구할 것은 없는지” 묻는다.

어떤 때는 조합원의 수장(首長)이 아니라 회사 경영자 같기도 하다. 조합원의 요구를 매몰차게 거절하면서 “회사 발전이 우선”이라는 논리를 펼 때가 더욱 그렇다.

“여러분 손끝에서 품질이 나옵니다. 조금만 더 꼼꼼하게 합시다. 현재 9분 능선까지 왔습니다. 마지막 1분 능선만 남았는데 조금만 더 허리띠를 졸라 매면 됩니다. 제가 뒤에서 밀겠습니다. 힘냅시다. 여러분.”

그는 노사 대치가 극단적으로 치닫던 2006년에 10대 노조위원장으로 뽑혔다. 후보 시절 그는 처음부터 ‘노사화합’을 주장했다.

노조원들은 한편으론 어용(御用) 후보인지 의심하면서 또다른 한편으론 ‘새 인물을 믿어보자’는 신뢰도 보냈다. 장기파업,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른 인금 삭감 등으로 인한 피로감 때문이었다.

김 위원장은 “2006년과 2007년은 자진해 임금을 동결했지만 대신 고용보장을 얻어냈다”며 “과거 강경파업을 했을 때보다 훨씬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장기 파업을 하면 회사 수익이 줄었고, 그만큼 노조원의 임금도 깎였다. 회사가 휘청거리면서 구조조정도 해야만 했다.

그는 “열심히 일해 이익이 나면 그 이익을 나누는 성과급제도도 회사 측과 합의했다”며 “현재 노사의 틀은 노조가 스스로 품질을 높이고 열심히 일하면 결국 노조원에게 혜택이 돌아오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 회사는 구미공장에 투자

배영호 ㈜코오롱 사장은 “노조의 협조 덕분에 원사부문 분할, 코오롱유화 합병, 폴리이미드(PI) 필름 합작법인 설립 등 굵직한 현안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며 “현재 ㈜코오롱을 첨단 신소재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구미공장에는 고부가가치 생산라인을 적극 설치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구미공장을 첨단 소재제품을 생산하는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6월 구미공장에 광(光)확산판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광확산판은 액정표시장치(LCD) TV에 주로 사용되는데, 램프의 빛을 흡수해 앞면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방습 및 내열(耐熱) 처리를 해야 하는 고난도 제품이다.

광확산판 매출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코오롱은 증설을 통해 연산(年産) 4000t에서 1만 t으로 생산 능력을 확충했다.

현존하는 섬유 중 가장 강한 소재로 알려진 아라미드 섬유에 대한 증설도 최근 시작했다.

아라미드 섬유는 섭씨 500도까지 타지 않는 뛰어난 내열성(耐熱性)을 갖고 있고, 모든 화학 약품에 대해 강한 내성을 가진 고기능성 소재다.

㈜코오롱은 1990년대 중반 생산기반을 확충해 2006년부터 아라미드 섬유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첨단 소재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2008년까지 지속적으로 증설과 투자를 할 계획이다.

○‘더 큰 파이를 향해’

올해 들어 구미공장은 ‘X-OI’ 운동이라는 작은 실험을 하고 있다. X는 extreme, O는 operational, I는 improvement에서 각각 따왔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극한 수준으로 목표를 설정해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등 개선활동을 추진하자는 운동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운동의 태스크포스(TF)팀장이 김홍렬 노조위원장이라는 것이다. 보통 원가절감이나 생산성 향상 캠페인은 본사에서 지침이 내려간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올해 1월 ‘X-OI’ 운동을 선언하며 ‘연간 약 150억 원을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미공장 임원들은 이 운동의 추진 위원을 맡았다.

김 위원장은 “회사가 체질을 바꾸기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는 체질개선을 할 수 없다”며 “기존 사고의 틀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람들은 노조위원장이 원가절감 TF팀장을 맡는다고 하면 ‘미쳤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나는 회사가 안정돼 노조원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일에는 기꺼이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구미=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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