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REPORT]SK에너지 해양순찰선 그린3호에서 본 지속가능경영

  • 입력 2008년 6월 23일 02시 57분


3일 오전 11시 반 울산항 SK 3부두에서 이제 막 출항 준비를 끝낸 SK에너지의 해양순찰선 그린3호에 올라탔다. 그린3호는 SK에너지가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 정유시설로 옮기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해양 오염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운영하는 25t 규모의 쾌속선이다.

‘윙’ 하는 엔진소리와 함께 그린3호가 부두에서 출발하자 SK에너지의 해양방재관인 박종찬 과장은 항구 근처에 정박한 대형 선박 주변의 조류를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해양사고가 발생할 경우 원유가 유출되는 방향은 조류가 70%, 풍향이 30%를 결정합니다.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바닷물과 바람의 흐름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합니다.”

30분 뒤 그린3호는 바다 위에 떠 있는 SK에너지의 해양 접안시설에 도착했다. 이는 유조선에 실린 원유를 파이프를 통해 정유시설까지 보내는 설비다. 마침 SK에너지가 쿠웨이트로부터 수입한 원유를 실은 유조선 현대스타호가 원유 이송작업을 하고 있었다.

현대스타호 주변에는 이미 그린3호와 같은 순찰선 2척이 바짝 달라붙어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린3호는 현대스타호 주변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 박 과장은 현대스타호 주변에 원유가 새거나 흐르지 않는지 꼼꼼히 살폈다.

“해양사고는 언제, 어느 곳에서 일어날지 모릅니다. 다만 이런 노력을 통해 해양사고의 가능성을 줄이는 게 회사의 이익과 울산 앞바다의 환경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방법이죠.”

해양순찰선은 SK에너지가 벌이는 환경친화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원유 유출사고가 발생하면 대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환경 파괴의 후유증 역시 오랫동안 지속되는 탓에 1991년 6월부터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SK에너지 해상방재팀이 운영하는 선박은 그린3호와 같은 순찰선 3척, 사고가 났을 때 방제작업을 하는 방제선 5척 등 모두 8척이다. 순찰선 가운데 한 척은 원유 이송이 이뤄지는 바다에 24시간 떠 있으면서 감시 활동을 벌인다. 이 때문에 SK에너지 임직원들은 해양순찰선을 ‘바다환경을 지키는 5분 대기조’라고 부른다.

SK에너지의 환경친화경영 노력은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달 초에는 국내 최초로 회사 사업 장간 ‘온실가스 사내 배출권거래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사업장끼리 온실가스 배출감소 경쟁을 유도해 회사 전체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제도다.

우선 울산콤플렉스의 정유공장과 화학공장 등 5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작하고 조만간 인천콤플렉스에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김종수 SK에너지 에너지·환경담당 상무는 “2002년부터 시작한 그린에너지 프로젝트를 완료해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제품 생산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배출권거래 제도 도입으로 친환경경영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환경친화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친환경경영에 대한 의지에 대해 임직원들은 “정말 강력하고 확고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박 회장은 “환경과 안전은 그 무엇과도 결코 타협할 수 없으며 조직원 모두가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며 환경경영에 대한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경제계에서 환경경영지수 평가를 실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모든 계열사의 환경경영 수준을 평가한 뒤 이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또 국제적인 환경 이슈인 기후변화협약 대응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탄소배출권 모의거래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호아시아나는 협력회사의 환경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2003년 9월부터 친환경상품인 녹색제품 우선구매지침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앞을 다퉈 환경친화경영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은 ‘환경경영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3차 오일쇼크에 맞먹을 정도로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는 것도 환경경영 도입을 서두른 배경이 됐다.

선진국 기업들은 이미 환경경영을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기회로 삼고 환경 관련 산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특히 다국적 기업인 GE는 ‘그린 인 그린(Green in Green)’을 회사의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울 정도다. 두 Green은 각각 초록색을 띠는 미국 달러와 환경을 지칭하는 것으로 ‘환경에 돈이 있다’는 의미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연료소비효율을 대폭 향상시킨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를 미국에 판매하면서 환경 문제를 신수종(新樹種) 사업으로 연결한 것은 환경경영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병욱 환경부 차관은 최근 한국표준협회가 주최한 최고경영자 과정 특강에서 “기후변화협약은 우리 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라며 “우리 기업도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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