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부담” 비정규직 덜 뽑았다

  • 입력 2008년 5월 30일 02시 58분


기업들 “환경 불확실” 시간제-용역으로 충원

비정규직 근로조건 더 악화… “보호법도 한계”

유가 급등 등 대내외 악재(惡材)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지난해 기업들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들은 지난해 7월 시행된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부담이 있는 근로자의 채용을 자제하는 대신 시간제로 근로자를 쓰거나 외부 용역업체 직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처우가 열악하고 고용 안정성도 떨어지는 시간제 근로자와 파견, 용역 근로자가 늘면서 비정규직의 평균적인 근로조건이 악화됐다.

○ 일부는 정규직 전환, 일부는 해고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지난해 3월 577만3000명에서 올해 3월 563만8000명으로 13만5000명(2.3%) 줄었다.

비정규직 근로자 감소에는 비정규직보호법이 주로 적용되는 기간제 근로자(계약기간이 정해진 근로자)가 32만1000명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노동부 당국자는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라 기존 근로자 가운데 일부는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것”이라며 “하지만 경기가 악화된 데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부담도 있어 기업들이 기간제 근로자 채용을 기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정규직보호법의 영향으로 2년이 되기 전에 일자리를 잃은 이들도 감소한 비정규직 가운데 10∼20%는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통계로 봐도 계약기간 1년 이상인 비정규직 근로자는 지난해 3월보다 20만9000명 줄어든 데 비해 계약기간 1년 미만 근로자는 16만7000명 늘어나는 등 기업들이 계약기간을 줄이는 추세가 뚜렷이 나타났다.

○ 비정규직 임금 주는 등 처우 악화

시간제 근로자는 지난해 3월 123만2000명이었지만 올해 3월에는 130만1000명으로 6만9000명 늘었다. 이는 경기 악화로 경영여건이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할 때 시간제 근로자나 외부 용역직원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근로조건이 열악한 시간제, 파견 근로자가 늘면서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지난해 3월 127만3000원에서 올해 3월 127만2000원으로 1000원 줄었다.

또 같은 기간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국민연금 가입자의 비중은 39.3%에서 37.4%로, 건강보험 가입자는 41.8%에서 40.2%로 감소했다. 고용보험 가입자 비율도 38.8%에서 37.1%로 줄었으며 상여금, 시간외수당, 유급휴가를 받는 비율도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은 198만5000원에서 210만4000원으로 11만9000원(6.0%)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고려대 김동원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통계는 비정규직보호법이 비정규직 전체를 보호하지는 못했다는 뜻”이라며 “고용 보장보다는 차별 금지에 초점을 맞추고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정기선 기자 ks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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