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기술 명차’도 나와야

  • 입력 2008년 5월 13일 02시 59분


《혼다 ‘NSX’, 닛산 ‘스카이라인 GTR’.

일본의 자동차 기술을 대표하는 양대 차종입니다.

1990년 등장한 NSX는 혼다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혼다 소이치로 회장의 특명으로 개발에 들어간 NSX는 완전 알루미늄 차체를 사용해 당시 자동차업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 모델은 3.0L급 엔진을 차체 가운데 넣은(MR) 슈퍼 스포츠카로,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운전이 편해 슈퍼카 브랜드의 대명사인 페라리도 놀라서 신차(新車) 개발에 자극을 받았다는 후문입니다.

그렇다면 혼다는 NSX로 돈을 벌었을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10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지만 혼다 사람들은 누구도 NSX의 개발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혼다의 위상을 크게 높였기 때문이죠.

닛산의 스카이라인 GTR도 마찬가지입니다. 닛산이 개발한 4륜 구동 시스템인 ‘아테사(ATTESA) E-TS’를 넣어 전천후 핸들링 성능을 자랑했고, 2.6L급 직렬 6기통 터보엔진의 강력한 성능 또한 GTR를 레이싱 세계에서 최강자로 등극시켰습니다. 일본의 280마력 출력제한 규정에 묶여 있는 이 엔진은 간단한 튜닝만으로도 400마력까지 올라갑니다. 닛산이 최근 새롭게 내놓은 GTR는 스포츠카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포르셰 ‘911터보’의 성능과 맞먹는 것으로 입증되면서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합니다.

이 밖에도 일본 자동차회사들의 기념비적인 차는 많습니다. 마쓰다 ‘RX7’,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스바루 ‘임프레자 WRX STi’, 도요타 ‘수프라’….

RX7은 로터리 엔진으로 유명하고, 랜서 에볼루션과 임프레자는 뛰어난 성능으로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자주 1위에 오르며 세계인의 뇌리에 강력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국내로 눈을 돌려 보면 어떨까요. 현대·기아자동차는 도요타에는 밀리지만 혼다나 닛산 미쓰비시 등 나머지 브랜드보다는 판매량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현대·기아차를 혼다와 닛산을 앞서는 회사로 여기지는 않습니다. 자동차회사가 생존하려면 당장은 눈앞의 수익도 중요하지만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자동차가 최소한 한 대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냉혹한 경영의 현실을 모르는 자동차마니아의 주장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귀담아들을 부분이 없지는 않다고 봅니다.

현대차는 곧 정통 후륜구동 스포츠카인 ‘제네시스 쿠페’를 판매할 예정이어서 희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제네시스 쿠페는 편하게 탈 수 있는 스포츠카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머지않아 유명 스포츠카들과 붙어도 밀리지 않는 명품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