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뛰는데, 한국은 제자리걸음

  • 입력 2008년 3월 11일 02시 54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달 24일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해수(海水)담수화처리시설을 완공했다.

GE는 2005년 발간한 미래 전략 보고서에서 4대 중점 사업 중

물 산업을 첫 번째로 꼽았다.

이 회사는 이후 활발한 인수합병(M&A)을 통해 물 관련 시설 공사의 선두 기업으로 떠올랐다.》

‘물은 이제 더는 물이 아니다?’

물이 21세기 산업계의 ‘오아시스’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선진 기업들은 자국 시장을 넘어 전 세계 곳곳에서 물을 둘러싼 전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물 관련 사업은 지난해 정부가 나서서 육성 방침을 밝혔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 글로벌 기업 M&A 통해 경쟁력 키워

물 산업은 물을 댐에서 끌어와 정수 과정을 거쳐 공급하고 하수를 처리하는 데 관련된 모든 산업을 뜻한다. 건설업, 운영업, 제조업이 모두 연관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물 산업의 시장은 지난해 2745억 달러(약 260조 원)에서 2010년 3181억 달러(약 302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기존 해외 물 관련 선진 기업들은 앞다퉈 사업 구조를 바꿔 체질을 강화하고 있다. 자본력을 갖춘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도 최근 물 산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세계 물 산업 1, 2위를 다투는 비올리아와 수에즈는 최근 경쟁업체가 많은 시공 분야를 정리하고 대신 상수 공급, 하수 처리, 위탁 경영 등 운영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GE와 지멘스 등은 M&A를 통해 세계 10대 물 기업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1990년대부터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해외에 적극 진출했던 선진 물 기업들은 최근 남미 및 중동 등 개도국 시장 비중을 줄이는 대신 유럽지역과 중국, 호주 등을 공략하고 있다.

개도국은 경제 및 사회가 불안정해지면 수돗물 가격 동결 등 극단적인 조치를 내리기 일쑤여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 아직도 입법화 협의중… 해외진출 발목잡혀

환경부에 따르면 2005년 국내 물 산업 시장규모는 약 12조100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장은 크지만 민간기업이 끼어들 여지는 별로 없다.

상수도는 한국수자원공사와 특별시, 광역시, 지방자치단체가 100% 운영하고 상수도의 89%, 하수도의 79%는 시공이 끝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 공략도 해외 선진 기업에 한참 뒤진 상황이다.

고유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물 관련 기업들은 대부분 건설 및 제조업을 중심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물 산업 육성 5개년 세부추진계획’을 발표하고 “2005년 기준 약 11조 원인 물 산업을 2015년까지 20조 원 규모로 육성하고, 세계 10위권 기업 2개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물 산업 지원법이 통과돼야 기업의 해외 진출 등을 논의할 수 있는 상태”라며 “현재 입법화를 위해 협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지난해 7월 이후 더 진전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 소규모 ‘마시는 물’ 시장만 후끈

이런 가운데 국내에선 ‘마시는 물’ 시장만 급성장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불고 있는 ‘참살이(웰빙)’ 분위기 때문이다.

먹는 샘물(생수) 판매 업계에 따르면 2006년 3500억 원이던 국내 먹는 샘물 시장 규모는 2007년 3900억 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45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먹는 샘물 제조업체는 70여 개지만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농심, 롯데칠성, 해태음료, 석수와퓨리스, 동원F&B, 한국코카콜라음료 등 대형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해양심층수법이 시행되면서 CJ제일제당, 롯데칠성 등이 해양심층수 시장에 뛰어들었다.

정수기 판매 시장은 5000억 원에 육박하고 이온수기 시장도 2000억 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정수기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수기 시장 규모는 약 1조 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정부가 다음 달부터 ‘알칼리이온수는 소화불량, 위산과다 등에 개선 효능이 있다’는 점을 광고와 마케팅에 사용할 수 있도록 내부 지침을 바꾸면서 이온수기 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이온수기는 바이온텍이 1800억 원 규모인 전체 국내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한 가운데 이오니아, 넥서스, 코리아트림, 휴먼워터 등이 나머지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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