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장 입만 살았다

  • 입력 2008년 2월 11일 03시 05분


급매물-거래 없고 호가 급등…‘2無1高’ 기현상 계속

“급매물이 대부분 회수되고 매도 호가(呼價)만 몇 천만 원씩 더 뛰었어요. 팔려는 가격은 오르고 그 가격에 사겠다는 사람은 드문 탓에 거래는 끊어졌습니다.”

10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주변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올해 들어 한 달여가 지난 최근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이 같은 ‘2무(無) 1고(高)’ 현상은 특히 수도권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급매물과 거래는 없고 호가만 뛴다는 뜻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팔 사람은 4월 총선 이후 재건축 등 각종 규제가 풀릴 것이란 기대감으로 급할 게 없고, 살 사람은 불투명한 시장 전망 탓에 망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 세금 인하-재건축 활성화 기대감 팽배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율 확대를 통한 양도소득세 인하 방침이 나오면서 ‘2무 1고’ 현상이 심화됐다.

매도자 처지에서 양도세가 내리면 팔 때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 여기에다 연말경 종합부동산세도 내릴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이에 따라 고가(高價) 아파트가 많은 수도권에서는 주택 소유자들이 호가를 올리는 추세다.

동아일보가 서울 강남구와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등의 집값 동향을 조사한 결과 대선 이후 최근까지 매도 호가가 평균 10% 남짓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 1∼4단지는 대선 이후 매도 호가가 5000만∼1억 원가량 올랐다.

대선 직전 주공 1단지 35m²의 매도 호가는 6억∼6억5000만 원이었으나 이달 들어 최고 7억 원 선으로 상승했다. 주공 3단지 50m² 호가는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랐다.

개포동 E부동산 관계자는 “주택 소유자들은 4월 총선이 끝나면 강남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추세”라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호가도 대선 이후 5000만∼8000만 원 남짓 올랐다. 현재 매도 호가는 101m² 10억5000만 원, 113m² 12억5000만 원 등이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경기, 인천지역 아파트 값 상승률은 각각 0.12%, 0.07%, 0.84%로 지난해 12월 상승률에 비해 각각 0.11%포인트, 0.09%포인트, 0.32%포인트 높았다.

○ 팔 사람은 느긋… 살 사람은 눈치

부동산컨설팅업체인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서울의 아파트 중 25% 정도는 지은 지 2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라며 “새 정부의 재건축 활성화 방침도 이들 주택 소유자들의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금 완화에다 재건축 기대감으로 급매물이 자취를 감췄다는 얘기다.

현대건설이 강남구 삼성동에서 재건축 중인 힐스테이트 109m²짜리 조합원 분양권(1회에 한해 전매 가능)은 최근 매도 호가가 1억5000만 원 뛰었다. 대선 전 10억5000만 원에 나와 있던 급매물이 올해 들어 대부분 회수됐고 호가는 12억 원으로 올랐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C공인 사장은 “파크뷰의 경우 한 동(棟)에 2, 3건의 급매물이 있었지만 올해 들어 집주인들이 모두 회수했다”고 말했다.

와이플래닝 황용천 사장은 “주택 수요자들도 각종 규제 완화가 어떻게 나타날지 불확실해 거래를 망설이고 있다”며 “각종 규제 완화 내용이 명확해질 때까지 ‘2무 1고’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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