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세금계산서와의 전쟁… 인터넷 거래 등 수법 지능화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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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수집업체 A사는 노숙인, 회사원 등 900여 명의 명의를 도용해 이들에게서 고철을 사들인 것처럼 가짜 영수증을 만들어 세금을 공제받았다가 지난해 세무당국에 적발됐다. 일반 사업자가 아닌 개인에게서 고철 등 폐자원을 매입하면 부가가치세 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악용한 것이다.

국세청이 가짜 세금계산서를 거래하는 ‘거래상(商)’ 등 4만8636명에 대한 집중 관리에 나섰다. 인터넷과 전화 등을 통한 가짜 세금계산서 거래에 대한 국세청의 단속 권한이 한층 강화됐고, 가짜 세금계산서 거래에 물리는 징벌적 가산세도 종전의 4배로 크게 올랐다.

국세청은 25일로 마감되는 2007년 제2기(7∼12월) 부가세 신고를 앞두고 가짜 세금계산서를 거래한 자료상 등 4만8636명과 불성실 신고 혐의가 큰 고소득 자영업자 1만8600명을 중점 관리 중이라고 9일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해 1∼9월 자료상 1200여 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수사기관과 합동으로 25명을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했다.

국세청이 단속의 고삐를 바짝 죄는 이유는 가짜 세금계산서를 거래하는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상들은 세무당국과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명의를 도용하는 등 그들의 탈세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의 B 씨는 사망자의 명의를 도용해 ‘유령’ 고철 도매상을 설립하고 C 제철회사에 수백억 원대의 고철을 납품한 것처럼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줬다가 세무당국에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뱅킹으로 돈을 주고받은 것처럼 위장하는 수법도 썼다.

부산의 D 사무소는 수백 개 업체에 대한 세무신고를 불법으로 대행하고, 이들 업체끼리 가짜 세금계산서를 서로 발행해 주는 ‘세금 포탈 네트워크’를 운영하다 덜미가 잡혔다.

하지만 앞으로 이들 자료상과 가짜 세금계산서로 세금을 탈루한 사업자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한층 강화된다.

2007년 과세분부터 가짜 세금계산서를 이용한 탈루자에 대해서는 가산세율이 종전 10%에서 40%로 대폭 늘어났다.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국세청도 세금계산서 관련 사건에 한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 카페나 텔레마케터의 추적이 가능해진 것이다.

국세청 측은 “가산세 인상 효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가짜 세금계산서로 세금을 탈루하려는 사업자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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