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 첫 단추는 ‘현지 채용’

  • 입력 2007년 12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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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맥도널드 본사의 찰리 벨 전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채용인(현채인)’ 출신이다. 호주인인 그는 미국이 아닌 호주 시드니의 한 맥도널드 점포에서 15세 때부터 햄버거 주문을 받는 ‘크루’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맥도널드의 글로벌 최고위 경영진 가운데 벨 전 CEO와 같은 크루 출신은 약 40%를 차지한다. 이 회사가 최근 트랜스지방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세계 선두권 패스트푸드 기업의 위치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능력 있는 현채인을 적극 육성하는 ‘열린 인사 시스템’이 주효했다는 지적이 많다.

○ 국내 글로벌 기업도 현채인 육성 붐

한국판 맥도널드 또는 그 이상을 꿈꾸는 한국 기업들은 최근 ‘현채인 키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치열한 세계 경쟁 속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현지 사정에 능통한 인재를 지속가능한 ‘한국 기업의 브레인’으로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LG전자는 ‘LG전자 알아가기(Getting to Know LGE)’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중국 영국 등 LG전자가 진출한 82개 해외 법인에서 매년 200여 명씩 우수한 현채인을 선발해 일주일간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LG방법(LG Way)’이라는 조직문화를 가르친다.

SK그룹도 이미 2년 전부터 중국 베트남에서 채용한 직원들에 대해 입사 직후 한국 근무를 통하여 본사 문화를 익히도록 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지에서만 교육하면 본사와 업무방식이 달라 어려움이 있다”며 “본사에서 근무하며 SK의 문화, 철학 등을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류업체 베이직하우스는 현채인 육성으로 톡톡한 효과를 봤다. 2004년 12월 중국에 처음 매장을 낸 이 회사는 현채인 네트워크로 2년간 중국 내 매장을 200곳까지 늘렸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현채인 관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 수석연구원은 “한국 기업은 아직도 현채인을 활용하기보다는 본사에서 파견된 주재원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 체계적인 현채인 관리

세계적 기업들은 일찍부터 체계적인 현채인 육성 프로그램에 눈을 떴다.

일본의 세계적 자동차기업인 도요타도 일찍이 주재원 제도의 한계를 느끼고 2002년 ‘도요타 인스티튜트’를 설립해 현채인을 육성하고 있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은 현채인이 본사 직원과 동일하게 평가를 받고 승진 기회를 갖는 인사·교육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현채인 육성에서 지역별 차별화를 강조하는 네슬레는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에 지역별 트레이닝센터를 두고 각 현채인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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