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자의 지갑 연 상품 키워드는?

  • 입력 2007년 12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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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이후 연간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웃돈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올해도 추석 전후로 소비 경기가 반짝 하긴 했지만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유가(油價)와 원자재 가격, 급등락을 반복하는 증시에다 높아지는 금리 부담에 소비자의 지갑은 닫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새로운 가치(value)로 포장된 상품과 서비스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동아일보 경제부는 올해의 10대 히트 상품으로 BB크림, 디지털렌즈교환식(DSLR) 카메라, KTF의 ‘쇼(SHOW)’, 손수제작물(UCC), LG전자 프라다폰, 미니멀리즘, 사극(史劇), 펀드, 남성용 마스크팩, 황금돼지 마케팅을 선정했다.

○ 양극화된 소비패턴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면서 동시에 저가형 제품을 찾는 양극화 소비가 두드러진 한 해였다. 중산층도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해서는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반면 일상용품에서는 더 싼 것을 찾아 대형 할인마트를 찾아갔다.

메이크업 베이스와 자외선 차단제, 파운데이션 3가지 기능을 한 번에 해결하는 BB크림은 경제성 때문에 20,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임진권 마케팅전략연구소 소장은 “중국 제품의 홍수에 싫증난 소비자들이 가치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교생들이 용돈을 모아 전문가 수준의 DSLR 카메라를 구입한다든지, 명품 구입을 위해 2, 3시간 걸리는 경기 여주프리미엄아웃렛을 찾는 소비자가 많았다. DSLR 카메라는 100만 원대의 고가지만 올 한 해 25만 대가 팔렸다. 혼다 CR-V와 BMW 528i 등은 수입차이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덕분에 인기를 끌었다.

○ 단순하면서도 감성적인 디자인

숨 막힐 듯 복잡한 세상, 소비자들은 간단하고 명료한 것에 눈을 돌렸다. 기능은 복잡하지만 디자인에 감성을 입힌 상품들이 인기를 모았다.

90만 원가량의 고가 제품이면서 세계시장에서 70만 대(국내 13만 대)가 팔린 LG전자 휴대전화 ‘프라다폰’이 대표 상품. 아이리버의 미키마우스 모양의 엠 MP3플레이어, 디자인이 뛰어난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도 마찬가지.

패션에서도 감성을 자극하는 미니멀리즘이 대세였다. 올 한 해 백화점 여성 마네킹의 절반이 입었다는 미니원피스나 핫팬츠, 발목까지 올라오는 부티 부츠 등이 여심(女心)을 잡았다.

‘주몽’ ‘태왕사신기’ ‘왕과 나’ ‘이산’ 등 사극 열풍도 뜨거웠다. 문화평론가 이영미 씨는 “불황일 때는 사랑을 다룬 멜로 드라마보다는 정치나 경제를 아우르는 권력투쟁을 보여 주는 사극의 인기가 높다”고 분석했다.

○ 황금돼지를 잡아라

올해는 황금돼지해. 이해에 태어난 아기는 재물 운이 있다는 속설이 있어 아기 울음소리가 많았다. 실제로 출산율이 2005년 1.08로 바닥을 친 뒤 지난해 1.13, 올해는 1.2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덕분에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 매출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분유, 기저귀 등 육아용품이 3위 안에 랭크됐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증시로도 돈이 몰렸다. 너나 할 것 없이 은행 예금에서 돈을 빼 펀드에 가입하는 행렬이 이어졌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펀드에 8조6000억 원(펀드평가사 제로인 추정) 과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에 4조5000억 원이 몰렸다.

○ 나를 표현한다…UCC 열풍

연초부터 UCC 열풍이 거셌다. 특히 ‘마빡이’나 ‘텔미’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모바일 세대들은 UCC 영상 속에 스타가 아닌 자신의 모습을 담았다. ‘쇼를 하라, 쇼!’라는 광고 카피로 올해 광고계 히트 상품이 된 KTF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쇼도 맥을 같이 한다. 자신을 가꾸는 데 서툴렀던 20, 30대 남성들도 ‘훈남’ ‘완소남’ 열풍에 자신을 가꾸기 시작했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마스크팩을 구매한 소비자의 40%가 남성이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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