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 ‘난 누구냐’…몸은 국책은행, 마음은 시중은행

  • 입력 2007년 11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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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대신 가계 대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뭡니까?” “점포는 왜 그렇게 많이 늘리는 거죠?” 지난달 30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의원들의 따가운 질타에 속만 끓여야 했다. 고객층을 확대하고 점포를 늘리는 것은 다른 최고경영자 (CEO) 같으면 오히려 칭찬을 받아야 할 일. 하지만 정부 소유의 국책은행이다 보니 너무 적극적으로 영업 기반을 확장한다고 ‘야단’을 맞은 것이다. 기업은행의 딜레마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정부 지분이 절반… 수시 감사 등 경영활동 제약 많아

최근 10년간 점포 증가율 1위… 가계 대출 적극나서

○ 기업은행은 기업만 거래?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1961년 설립됐다.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정부는 기업은행을 민영화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았지만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은 실질적으로는 가계·기업 여수신, 펀드 판매 등 시중은행과 똑같은 업무를 하고 있지만 국책은행으로서의 제약을 많이 받는다.

강 행장은 “감사원 감사, 국정감사 등 수시로 감사를 받아야 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에도 어려움이 있어 국책은행의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기업은행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소매금융 부문이 취약한 것은 결정적인 약점으로 지적된다.

한화증권 박정현 연구원은 “개인고객 기반이 다른 은행보다 약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많고 이 때문에 조달금리가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준 수석부행장은 “아직도 기업은행이 ‘기업하고만 거래를 하는 은행’으로 알려져 답답할 때가 많다”고 하소연한다.

○ 소매금융 강화에 총력

외형만 놓고 보면 기업은행은 시중은행이 경쟁상대로 여길 만하다.

9월 말 현재 고객자산은 123조 원에 이르고 올해 누적 당기순이익이 1조628억 원으로 국내 은행 가운데 자산은 5위, 순이익은 4위권이다.

기업은행은 기업금융 외에 소매금융의 경쟁력도 강화해 종합금융회사로 변신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개인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점포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점포가 1997년 399개에서 현재 549개로 37.6% 늘어나 최근 10년간 국내 은행 가운데 점포 증가율 1위다.

늘어난 점포를 활용해 가계대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00년만 해도 기업은행의 가계대출 비율은 전체의 2.3%에 불과했으나 9월 말 현재 17%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은 90%에서 82.3%로 줄었다. 또 자본시장통합법이 내년에 시행되면 금융권 판도가 크게 변할 것으로 보고 증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계는 17만 곳에 이르는 중소기업 고객을 보유한 기업은행이 거래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공개(IPO) 등 다양한 투자은행(IB) 업무에 나설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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