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제조업체 원가도 따지겠다”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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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자체브랜드 상품 가격파괴 2라운드

자체 브랜드(PL·Private Label) 강화를 통해 ‘2단계 가격 파괴 전략’을 펴고 있는 국내 할인점 1위 업체 이마트가 ‘신상품개발본부’라는 조직을 신설해 납품업체의 원가까지 직접 관리할 방침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이마트는 제조업체의 생산과정에 깊숙이 관여해서 핵심 기밀인 원가(原價) 구조를 파악하면 제조업체의 저항을 돌파해서 가격 파괴를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산과정부터 관여…제조업 사실상 접수?

동아일보 취재 결과 이마트는 부사장급 본부장과 100여 명의 직원으로 다음 달 초 신상품개발본부를 출범해 PL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의 원가 산정 정보를 넘겨받아 가격을 추가로 내릴 여지가 있는지 점검할 방침이다. 대신 이마트를 통한 판로를 보장하고, 브랜드 홍보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PL사업을 추진하면서 제조업체에 원가 정보를 넘겨줄 것을 요구했지만 상당수 업체가 기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며 “신상품개발본부가 생산기획, 원부자재 소싱작업에 직접 관여해서 원가 구조 파악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상품개발본부는 단순히 상품을 매입하는 상품본부와 달리 시장 조사, 상품기획 및 개발 , 생산 관리 등 제품 생산에 필요한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 제조업체가 만들어 놓은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할인점이 상품 기획과 개발을 직접 하겠다는 것. 생산 과정도 직·간접적으로 감독해 사실상 위탁 생산을 하겠다는 야심이다.

‘글로벌소싱’으로 국내업체 납품가 인하유도

이마트 신상품개발본부는 해외 제조업체 가운데 가장 싸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를 찾아 상품을 주문하는 ‘글로벌 소싱’도 함께 추진키로 했다. 글로벌 소싱을 통해 싸게 조달된 제품이 팔리면 국내 제조업체도 납품가를 낮출 수밖에 없는 ‘경쟁 구도’를 만들겠다는 것.

현재 이마트는 미국, 중국, 칠레 등 20개국에서 과일과 의류, 생활용품 등 400개 품목을 들여오고 있다. 금액으로는 연간 1000억 원 수준.

이마트는 글로벌 소싱 금액을 2008년 1500억 원, 2009년 4500억 원, 2010년 1조 원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농수산물 직거래비중 확대…‘선주’역할도

이마트는 농수산물에 대해서는 중간 유통 과정을 줄여 가격을 낮추기 위해 직거래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다.

우선 올해 초 동원산업, 사조CS 등 5개 원양어선 업체와 맺은 직거래 계약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계약은 이마트가 원양 선사(船社)에 수산물을 잡아오도록 요청하는 일종의 위탁 조업. 사실상 이마트가 원양 어선을 운영하는 셈이다. 어시장 경매 등 중간 유통 과정이 없어지는 만큼 정상가보다 최고 35%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지난달 말 현재 이마트가 원양선사와 직거래한 수산물 물량은 500t. 금액으로는 56억 원어치지만 앞으로는 수백억 원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게 이마트 측 생각이다.

농산물도 사전 계약 재배 농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중간 유통 과정을 줄여 나갈 계획이다. 최근 계약 농장을 12개에서 23개로 늘린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농수산물 분야에서 산지 직거래 물량은 8800억 원 수준이지만 내년에는 1조 원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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