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사제구현단 ‘이건희 회장 지시사항’ 공개

  • 입력 2007년 11월 4일 20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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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정치인과 법조인들을 상대로 호텔 할인권과 와인 등을 이용한 로비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4일 공개한 '회장 지시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호텔 할인권을 발행해서 돈 안받는 사람(추미애 의원 등)에게 주면 부담 없지 않을까? 금융관계, 변호사, 검사, 판사, 국회의원 등 현금을 주기는 곤란하지만 호텔 할인권을 주면 효과가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적혀 있다.

또 이 문건에는 "와인을 잘 아는 사람에게 와인을 주면 효과적이니 따로 조사해볼 것. 아무리 엄한 검사, 판사라도 와인 몇 병 줬다고 나중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글도 있다.

사제단은 "이 문건은 이 회장이 공식회의나 자택에서 사장단에게 지시한 내용을 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가 정리한 것으로 해당 문건은 지난 2003년 11월과 12월에 작성됐다"며 "당시 현장에 있었던 김용철 변호사(전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가 보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그룹 내부 문건으로 보인다"면서도 "이 문건이 '이 회장 지시사항'이라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 관계자는 "문건 내용은 읽어보면 알겠지만 회장의 지시 사항이 아니라 '이렇게 저렇게 하면 어떨까'하는 회장의 생각이나 말씀"이라며 "실제로 지시를 할 때는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딱 부러지게 하는 게 회장의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사제단은 또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 재판과 관련해 "재판장에게 30억 원을 주라는 지시가 (김 변호사에게) 내려왔는데 김 변호사가 하지 않았다"며 삼성 측의 금품 로비 시도 의혹도 제기했다.

사제단은 "5일 오후 2시 서울 제기동 성당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상무가 어떻게 재산을 모았는지 등에 대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택동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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