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장 多점포’ 프랜차이지의 진화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코멘트
《경기 안산시 본오동에서 ‘본죽’을 운영하고 있는 강대성(43) 사장은 지난해 말 본오1동에 다섯 번째 ‘본죽’ 매장을 열었다. 학습지 회사를 그만두고 2004년 10월 본오동에 첫 매장을 낸 지 2년여 만에 4개의 매장을 추가로 연 셈이다. 강 사장은 “점포마다 점장을 따로 뽑아 운영을 맡기고 있으며 다섯 개 매장의 연간 매출이 10억 원을 웃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시장이 커지면서 1명의 가맹점주가 여러 점포를 운영하는 ‘메가 프랜차이지(Mega-Franchisee)’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창업 전문가들은 본사의 가맹점 지원이 체계화되고, 외환위기 이후 경영 능력이 뛰어난 고학력자의 창업이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 메가 프랜차이지의 등장

‘BBQ치킨’의 한기상(48) 사장도 경기 일산서구 탄현점 등 점포 3곳을 운영하며 월 매출 9000만 원을 올리는 메가 프랜차이지다.

한 사장은 “본사의 점포 관리 담당자가 매주 점포 직원들에게 신규 메뉴와 서비스 교육을 해줘 매장을 직접 지킬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놀부보쌈의 부산 다대포점 문무성(39) 사장은 동생, 자형과 함께 점포 3곳을 운영하고 수익은 3등분한다. 한 가족이 여러 점포를 ‘작은 기업’처럼 운영하는 셈이다.

‘원할머니 보쌈’을 경기 안양시 박달점 등 3곳에서 운영하는 유지훈(33) 사장은 “각 매장에서 필요한 식재료를 오전 4시까지 컴퓨터에 입력하면, 본사에서 그날 오전 안에 반(半)가공 상태로 점포에 배달한다”며 “혼자 3개 점포를 관리해도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유 사장의 성공에는 예전 직장에서 쌓은 경영 노하우도 한몫했다. 유명 의류회사 출신인 그는 홍보물 제작, 조직 관리 방법 등을 보쌈집 운영에 적용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메가 프랜차이지의 등장은 가맹점주들이 구멍가게식 점포 운영에서 벗어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형 경영’을 도입했다는 뜻”이라며 “프랜차이즈 시장이 발달된 일본과 미국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 본사 역량, 업종 차별화가 관건

국내에선 2000년대 초반 등장하기 시작한 메가 프랜차이지는 아직 브랜드별로 1∼2% 수준에 그친다.

본사들은 기존 가맹점주가 창업할 경우 안정적인 점포 운영이 가능하다고 보고 가맹비 할인, 창업비 지원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이 첫 점포 성공을 발판으로 점포 수를 늘려 나간다고 해서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프랜차이즈라도 점포별로 상권, 종업원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서 퓨전주점으로 월평균 4000만여 원의 매출을 올린 허모(43) 씨는 인근에 같은 점포를 추가로 냈다가 8개월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손님이 두 점포로 분산돼 점포당 매출이 떨어지고, 종업원 교육을 제대로 못해 매장 관리가 소홀해진 탓이다.

경기 수원시 탑동에서 삼겹살 전문점으로 성공한 이모(52) 씨는 인근 대학가에 두 번째 점포를 냈지만 메뉴와 서비스 등 대학생의 기호를 파악하지 못해 4개월 만에 점포를 정리했다.

FC창업코리아 강병오 소장은 “다점포 운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물류와 종업원 교육 등 체계적 지원 시스템을 갖춘 본사를 택하고, 상권에 따라 업종과 서비스 등을 달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