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올라도 소비는 왜 잠잠하지?

  • 입력 2007년 10월 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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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이론과 따로 가는 한국경제 원인은



‘원화 환율은 떨어지는데 수출은 잘 되고, 주가는 오르는데 소비는 잠잠하다.’

최근 한국 경제에서는 환율과 수출의 관계,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 이론 등 기존 경제 이론에 맞지 않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세계 경제 상황의 변화가 빨라 기존 이론들이 더는 먹히지 않는 경우도 있고, 통계의 착시(錯視) 현상에 따른 것이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개도국 수출비중 58%로 늘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일 ‘최근 우리나라 수출 호조세 요인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2002∼2006년 수출은 연평균 17.4%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면 국산 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높아져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한국의 수출은 오히려 장기간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것.

KDI는 국내가 아닌 외부에서 원인을 찾았다.

환율로 수출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교역상대국들의 경기가 워낙 좋아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것. 실제 한국의 대(對)개도국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1년 35.7%에서 지난해 58.2%로 급증했다.

KDI는 “세계 경제 여건은 단기간에 변화될 수 있으므로 경기가 악화돼도 수출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 증가

주식 등 보유자산의 가치가 오르면 가계 소비가 늘어난다는 ‘부의 효과’ 이론도 갈수록 힘이 약해지고 있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호조세를 보이는데도 통계청의 ‘가계수지 동향’ 등 소비지출 관련 지표들은 좀처럼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 부채와 조세 부담이 증가하고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자산 효과도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 들어 조세 부담 등 비(非)소비성 지출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줄여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 저성장-저실업률은 통계 착시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이 서로 반비례한다는 ‘오쿤의 법칙’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

현 정부 5년 동안 한국경제는 연평균 4% 초반대의 저(低)성장을 했지만 유독 실업률은 3%대로 안정적이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실업자나 다름없는 ‘취업 포기자’들이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통계의 착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또 최근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데도 물가상승률은 2% 초반으로 묶여 있는 것은 한국의 산업구조가 에너지 다(多)소비형에서 첨단 부가가치형으로 전환돼 유가의 영향력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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