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세일매장 “분위기는 세일 없어요”

  • 입력 2007년 10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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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 풍경 어제와 오늘백화점이 정기세일 전략으로 고급화를 내세우면서 매장 내부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왼쪽은 2005년 롯데백화점 본점 가을 정기세일 풍경. 균일가, 기획가 위주의 행사가 주를 이뤄 매장 내부가 혼잡하다. 오른쪽은 ‘프리미엄 세일’로 간판을 바꿔 단 올해 매장 내 매대를 줄여 쇼핑 공간이 한층 쾌적해진 모습. 사진 제공 롯데백화점
세일 풍경 어제와 오늘
백화점이 정기세일 전략으로 고급화를 내세우면서 매장 내부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왼쪽은 2005년 롯데백화점 본점 가을 정기세일 풍경. 균일가, 기획가 위주의 행사가 주를 이뤄 매장 내부가 혼잡하다. 오른쪽은 ‘프리미엄 세일’로 간판을 바꿔 단 올해 매장 내 매대를 줄여 쇼핑 공간이 한층 쾌적해진 모습. 사진 제공 롯데백화점
할인점과 아웃렛의 등장이 백화점 정기세일을 변화시키고 있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이 3일부터 가을 정기세일에 들어갔다. 업체마다 하루 이틀 차가 있지만 1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정기세일에서 백화점들은 할인점과 아웃렛의 공세를 피해 ‘고급화된 세일 전략’으로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우선 각 백화점은 정기세일의 이름을 바꿨다. 단순히 싸게 판다는 의미의 정기세일로는 1년 내내 싸게 파는 할인점이나 아웃렛과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1997년부터 써 온 ‘정통大바겐세일’이라는 명칭 대신 올가을 정기세일부터 ‘프리미엄 세일’로 바꿨다. 신세계백화점은 ‘해피세일’, 삼성프라자는 ‘플러스세일’, 아이파크백화점은 ‘러브세일’ 등 다른 백화점들도 최근 1, 2년 새 세일 간판을 바꿔 달았다.

간판뿐 아니라 세일 내용도 달라졌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과거 백화점 매장 곳곳을 차지하던 ‘균일가’ ‘기획가’ 행사장이 9층 종합 행사장 한곳으로 모였다. 제품 구성도 저가(低價) 브랜드 일색이던 과거와 달리 봄, 가을에는 세일을 하지 않던 브랜드도 10∼20% 할인에 들어갔다.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 신헌 전무는 “가격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으로는 이제 경쟁 백화점과 할인점, 아웃렛의 공세를 피할 수 없다”며 “평소에는 쉽게 구입할 수 없는 모피나 대형 가전, 유명 브랜드 제품을 정기 세일 기간에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고급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일 기간 중 쇼핑 공간도 쾌적해졌다.

백화점들은 층마다 고객을 잡기 위해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배치했던 미끼 상품 판매대를 없앴다. 그 대신 쇼핑에 지친 고객들을 위한 의자나 카페와 같은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간판이나 플래카드 등 세일 때 백화점 내부를 가득 채웠던 매장 내 광고물 수도 최대한 줄였다.

체리피커(cherry picker·제품은 구매하지 않고 사은행사만 챙기는 얌체 고객) 대신 백화점 카드 고객과 같은 충성도 높은 고객에게 우편광고물(DM)을 보내는 방식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세일 때 고객이 너무 많이 몰려 장터 같은 모습을 연출하지 않겠다는 것.

애경백화점 구로본점은 중저가 이미지를 벗기 위해 지난해 연 1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던 1층 염가판매 행사장을 문화공간으로 바꿨다. 또 5층에 330.58m²(약 100평) 규모의 행사장 대신 어린이 전용극장과 놀이공간을 마련했다.

이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 주변에 이렇다할 문화공간이 없는 지역적 특색을 감안해 잠재 고객인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 마케팅 장소로 활용 중”이라면서 “매장 규모는 줄었지만 문화 행사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고객이 늘면서 매출이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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