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전기 들어왔지만…정신 차리자”

  • 입력 2007년 8월 1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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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3일 발생한 경기 용인시 기흥 반도체공장 정전사고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한국전력의 전력 공급 문제 등 외부 요인이 아니라 장비 노후화나 실무자의 실수 등 내부 요인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3일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지만, ‘한전 책임론’이 사라지면서 ‘내부 잘못’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사상 초유 정전사고 ‘내부 잘못’ 잠정 결론▼

삼성그룹의 한 임원도 “반도체공장의 첨단 이미지와 맞지 않는 ‘인재(人災)’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분위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한전 관계자 역시 “이번 사고는 한전과는 무관하다”며 “시설 노후화 등의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기흥 반도체공장 내부에서는 사고 원인으로 전기 관련 공사 중 실무자의 실수나 변압기 등 관련 시설 노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초유의 정전 사고가 내부 책임인 것으로 밝혀지면 ‘관리의 삼성’ 이미지가 크게 실추될 것이라는 우려가 회사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업본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최근 생산라인 직원을 대상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삼성 반도체의 역사를 되새기자’는 내용의 정신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흥 공장 관계자는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의 특별 지시에 따른 교육으로, 이번 사고를 재도약의 계기로 삼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최근 그룹 전략기획실과 함께 반도체총괄에 대한 경영 진단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이번 경영 진단은 연초에 계획된 것으로 이번 정전사고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불필요한 수당 줄이려 야근체제까지 바꿔▼

《삼성그룹의 일부 계열사가 사내 복지비용을 축소하는 등 내핍 경영에 들어간 가운데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경비 절감을 위해 야근 제도까지 바꾼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3일 “주간 근무 수당의 1.5배 정도를 지급하는 야근 수당을 절약하기 위해 종전 ‘야근 후 보고하는’ 시스템에서 ‘보고 후 야근하는’ 체제로 최근 개편했다”고 말했다. 》

이 관계자는 “종전에는 야근을 먼저 한 뒤 ‘몇 시간 추가 근무했다’고 보고하면 그만큼의 야근 수당이 나왔지만, 이제는 ‘내가 어떤 이유로 야근을 해야 한다’고 부서장에게 보고한 뒤에야 ‘수당 받는 야근’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가정과 회사 업무 간 조화를 꾀하고 낮 시간의 근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직원 사이에서는 “결국 밤늦게까지 일은 일대로 하고, 야근 수당은 못 받게 될 가능성이 큰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올해 2분기(4∼6월) 실적에서 영업이익(본사 기준)이 9100억 원으로 1조 원 밑으로 떨어진 영향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분기 영업이익 1조 원은 삼성전자 자존심의 마지노선 같은 것”이라며 “야근 수당도 개인별로는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직원 전체(8만 명)를 합하면 상당한 절감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경기 수원사업장의 구내식당 식사 값을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리고 △각종 사내 경조사비 지원을 축소한 데 이어 △불필요한 수당을 줄이려고 ‘탄력 근무제’를 확대 실시한 것도 ‘분기 영업이익 1조 원 회복’을 위한 일련의 조치인 셈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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