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전자 계열사 '여름인사 태풍'

  • 입력 2007년 8월 1일 14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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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전자 계열사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신중한 인사로 소문난 삼성전자가 사장, 임원급 인사를 연초가 아닌 7, 8월에 단행하는 '외과수술식' 인사를 내고 있고 삼성SDI나 삼성테크윈 등 계열사에도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과감히 사장급 인사 교류를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 한여름의 인사 태풍...삼성전자에 무슨 일이? = 삼성그룹은 1일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박종우 사장을 삼성테크윈의 디지털 카메라 사업부문장으로 겸직 발령했다.

이 뿐만 아니다. 삼성그룹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삼성SDI에는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장에 삼성전자의 기술총괄 김재욱 사장을 임명했다.

삼성전자 총괄사장이 계열사인 삼성테크윈과 삼성SDI의 핵심 사업을 총괄지휘하게 된 것으로, 계열사간 인사 벽이 이제는 거의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총괄 사업부별로 CEO-사업부장체제로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먼저 반도체 총괄에서 황창규 사장이 맡고 있던 메모리사업부장 자리를 조수인 부사장에게 넘기도록 했다.

또 최지성 정보통신 총괄 사장과 박종우 사장이 겸임하고 있던 무선사업부장과 디지털 프린팅사업부장을 새로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정보통신 총괄의 경우 경영진단이 끝나는 대로 무선사업부장을 임명할 계획이며, 디지털 프린팅사업부장은 아직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프린터 사업은 삼성전자가 신수종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핵심 사업이고 박 사장은 프린터 사업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회사의 총괄 사장으로 고속 승진한 케이스여서 당분간 박 사장이 당분간 프린터사업부장을 계속 겸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뭉쳐라? = 사실 삼성그룹 전자계열사는 각자의 독립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 선의의 경쟁으로 성장하는 구조였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의 LCD 총괄과 삼성SDI가 LCD와 PDP로 맞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고 광학 기기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와 삼성테크윈이 캠코더와 디지털 카메라로 경합해 왔다.

그러나 고위급 인사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이런 계열사 간 경합을 통한 경쟁력 강화 구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SDI 김재욱 사장은 현재 삼성SDI의 제조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LCD 사업과 PDP 사업의 주력 패널 사업 조정을 통해 과다 경쟁으로 인한 소모적인 충돌을 줄이는 방향으로 사업이 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발표된 삼성테크윈과 삼성전자의 협력 강화 방안을 보면 삼성전자가 실질적으로 삼성테크윈의 카메라 사업을 총괄 지휘하게 됐다.

이는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 사업을 따로 운영하는 것보다는 역량을 집결시켜 연구 개발과 마케팅을 통합할 때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5년 뒤, 10년 뒤 준비하라 = 아무래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10년 후' 경고가 삼성그룹 전자계열사를 바쁘게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수시로 일본과 중국의 틈에 끼인 샌드위치 위기론을 강조하며 "5년 뒤, 10년 뒤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조직력과 신수종 사업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나 삼성테크윈 등 전자 계열사들이 현 체제에 안주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큰 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이 회장이 누누이 강조해 온 '창조경영'이 그룹 내에서 활발히 전파되기 위해서도 계열사 간 사업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하며, 그러려면 조직을 둘러싸고 있는 벽을 과감히 허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내년은 본격적으로 서초동 시대가 열리고 삼성전자가 역량을 총 집결해야 할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중요한 해여서 총력전을 앞둔 조직 정비의 의미도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최근의 조직 개편은 5~10년 뒤 글로벌 시장에서 1등 자리를 지켜내기 위한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이라며 "사업별 책임 경영체제를 강화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통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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