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이자부담 ‘천근만근’

  • 입력 2007년 7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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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결혼 12년 만에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집을 마련한 직장인 A(39) 씨. 은행에서 4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9억 원짜리 아파트를 산 그는 요즘 은행 부근만 지나면 우울해진다고 털어놓았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집값이 8억 원대로 떨어진 데다 대출금리가 연 6.2%에서 6.57%로 올라 이자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때문에 기간을 길게 해야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18년 원리금 분할상환을 택했는데 한 달에 250만 원 정도가 들어가요. 은행에서 돈을 빌렸을 때보다 15만 원 정도 더 내고 있죠. 내 집 한 번 가져보려고 무리한 건데 괜히 샀다는 생각뿐입니다.”

시중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금융감독 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를 원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연쇄적인 가계 부실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방위적인 주택담보대출 압박

현 정부 들어 금융감독 당국은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해 10여 차례에 걸쳐 규제책을 내놓았다. 각종 행정지도와 은행별 실태 점검이 수시로 이뤄져 당국자들조차 대출 규제가 몇 번이나 나왔는지 집계하기 힘들 정도다.

은행권에 이어 다음 달부터는 보험사와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엄격한 DTI 규제가 적용된다.

이미 대출을 받았다면 고민은 더 깊어진다.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잇따라 올라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301조80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93.8%인 283조 원가량이 변동금리 대출이다. 금리가 오르면 서민들이 고스란히 이자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연간 가계 부담은 2조6000억 원(1인당 약 64만 원) 늘어난다.

○과도한 대출규제 부작용 초래

금융감독 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돼 금융회사의 신용위험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넘치는 유동성을 줄이고 부동산 시장도 덩달아 잠잠해지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본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과도한 대출 규제로 인한 부작용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은행 금융산업팀 김인규 과장은 “소득에 따라 대출을 제한하는 현재의 규제 시스템은 소득이 많은 중상위층보다 저소득층의 주택 구입 기회를 더욱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 온다”며 “저소득층에 대한 DTI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 현황
시행 시기규제 내용
2003년 6월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의 만기 3년 이하 주택담보대출 시 LTV를 60%에서 50%로 하향 조정
11월투기지역의 만기 10년 이하 주택담보대출 시 LTV를 50%에서 40%로 하향 조정
2004년 3월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 조건의 주택담보대출 시 LTV를 60%에서 70%로 상향 조정(서민금융 지원 위해 규제 완화)
2005년 7월투기지역 내 6억 원 초과이고 만기 10년 초과인 아파트 담보대출 시 LTV를 60%에서 40%로 하향 조정
2006년 4월투기지역 6억 원 초과 아파트 구입 시 DTI 40% 적용
2007년 1월투기지역 내 2건 이상인 아파트담보대출을 1건으로 축소토록 규제
3월투기지역 및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모든 아파트에 대해 DTI 30∼60% 적용
자료: 금융감독원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총부채상환비율:

(DTI·Debt to Income): 연간 소득에서 담보대출액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 연봉이 1억 원이고 원금과 이자를 합해 연간 4000만 원을 상환해야 한다면 DTI는 40%가 된다.

:주택담보인정비율:

(LTV·Loan to Value): 주택을 담보로 대출 받을 때 은행 등이 적용하는 주택담보가치 대비 대출 가능 한도. LTV가 40%라면 10억 원짜리 집은 4억 원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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