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정문 서명]“1~2년 끌더라도 결국은 발효”

  • 입력 2007년 7월 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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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서명했다.

하지만 서명식이 열리기 하루 전인 29일 미 민주당 지도부는 한미 FTA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임기 말에 접어들어 의회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이 제동을 걸고 나선 데다 12월 대선을 앞둔 한국 국회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양국 의회에서 FTA의 연내 비준 동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그동안 미 의회가 FTA를 부결시킨 사례가 없고, 한미 양국의 경제 전문가들이 “이익의 균형을 적절히 찾은 협상”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린 점에 비춰 볼 때 설령 1∼2년 시간을 끌더라도 결국은 FTA가 발효될 것이라는 게 양국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민주당의 반대=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스탠리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찰스 랭걸 세입위원장, 샌더 레빈 무역소위원장 등 민주당 핵심 지도부 4명은 통상정책에 대한 성명을 통해 “한미 FTA는 지금 내용대로라면 동의해 줄 수 없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미국에 대한 경제적 충격이 큰 2005년 중미 FTA 때도 전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자동차 무역 불균형 문제를 주요 반대 이유로 꼽은 이들의 성명은 핵심지지 기반인 노조, 특히 전미자동차노조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내년 미 대선을 앞둔 정치 공세의 성격도 띠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같은 성명에서 페루, 파나마와의 FTA에 대해선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 점으로 볼 때 이들의 한미 FTA 반대를 보호무역 성향의 단순한 제스처로만 보기는 어렵다.

결국 “재협상은 이제 없다”는 양국 정부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일부 의원은 자동차 부문 재협상을 계속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문제 제기는 “왜 한국에선 미국 차가 안 팔리느냐”는 불만에 기인한 것이지만 미국 차에 대한 한국민들의 선호도가 다른 수입차에 비해 낮은 현실에서 이를 풀 방법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연내 비준 먹구름=김종훈 한국 측 협상 수석대표는 워싱턴 한국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백악관은 (비준 동의를 받을 수 있는) 표를 확보할 수 있을지 계산을 치밀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이 그런 표 계산을 올가을께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며 자신(自信)이 서면 의회에 이를 제출할 것이고, 안 되면 시간을 더 두고 의원들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비준까지 1년∼1년 반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미국의 정치 일정도 변수다. 내년 2월부터는 미국도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어서 연내 처리가 바람직하지만 달력만 놓고 봐도 일정이 매우 빡빡하다. 의회규정상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제출할 수 있는 가장 이른 시기는 10월 1일 이후다. 비준동의안 제출의 전 단계인 국제무역위원회(ITC) 평가서 제출 시한이 9월 말이기 때문이다.

비준동의안이 제출되면 상하원 상임위가 최대 45일간 심의하게 된다. 그러나 회기일 기준이어서 추수감사절 등 각종 휴회일을 감안하면 달력상의 날짜보다 훨씬 길어진다.

한국 국내 정치 지형도 큰 변수다. 정부는 9월 임시 국회에 FTA 비준동의안을 제출해 연내에 비준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하지만 ‘FTA 반대 비상시국회의’ 소속 국회의원 64명이 정기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격론이 예상된다. 18대 국회로 넘어가면 상임위 구성 등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에나 국회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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