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2017]투자은행으로 변신해야 살아남는다

  • 입력 2007년 7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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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은 글로벌 투자은행(IB) 업무에 주력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홍콩에 ‘홍콩 IB센터’를 열었다. 개소식날 신한은행 임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 신한은행
신한은행은 글로벌 투자은행(IB) 업무에 주력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홍콩에 ‘홍콩 IB센터’를 열었다. 개소식날 신한은행 임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 신한은행
은행 무한 경쟁 체제 돌입

대출로 수익내던 시대 지나

M&A 주선-해외투자 나서

글로벌 금융산업 이끌어야

‘국내 은행의 미래 성장 동력은 투자은행(IB)인가.’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을 앞둔 요즘 국내 은행들은 일제히 IB 역량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외환위기로 구조조정과 통폐합의 시련을 겪은 뒤 2000년대 들어 안정적인 주택담보대출로 몸집을 키워 온 은행들이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IB를 새로운 수익기반으로 택한 것이다.

IB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ABS), 해외 유가증권 투자 및 인수, 인수합병(M&A) 주선 등의 형태로 기업과 투자자 사이에서 자금 중개를 하는 업무다.

이미 세계 금융시장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등 쟁쟁한 IB들이 이끌고 있다.

○ 무한 경쟁 금융시대에 IB는 필수

국내 은행들이 가만히 앉아 대출로 수익을 챙기던 ‘좋은 시절’은 가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은행의 핵심 수익기반인 요구불 예금이 줄어들고, 은행의 대표적 수익 지표인 순이자 마진(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금액을 자산총액으로 나눈 것)도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4월 국제금융포럼 최고경영자 만찬 기조연설에서 “국내 금융산업은 무한경쟁 시대에 진입했다”면서 “은행 증권 보험으로 나눠 하던 ‘우물 안 영업’ 방식으론 더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금까지 IB업무에 생소했던 국내 은행들은 이 같은 요구를 따라잡기 위해 바빠졌다.

하나금융지주는 IB를 핵심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하나은행과 대투증권 등에 산재했던 IB 전문인력을 하나증권으로 모은 뒤 지난달 사명을 아예 ‘HFG(하나파이낸셜그룹) IB 증권’으로 바꿨다.

우리은행은 4월 기존 IB사업단을 IB본부로 승격시켜 올해 M&A 부문에서만 400억 원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담수발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23개국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아제르바이잔의 고속도로 확장공사에 필요한 1억8000만 달러 규모의 공사대금 주선계약을 맺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신디케이티드 론을 35건(47억6100만 달러) 주선했다.

○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산업은행은 지난달 한국계 은행으로서는 처음 중국 현지 티타늄 생산업체와 컨설팅 계약을 맺는 등 중국 내 IB 업무 강화에 나섰다.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찍 IB부문을 키워 온 산업은행이지만 선진 투자은행과 당당히 경쟁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산업은행의 한 임원은 “IB는 결국 유능한 인력이 만드는 것인데, 식견과 경험을 갖춘 인재가 아직 드물 뿐 아니라 전문 인력에 대해 파격적 대우를 해 줄 보수와 성과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IB는 실물경기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투자에 대한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자기 자본력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시중은행 IB담당 부행장은 “돈 되는 건 다 할 수 있는 게 IB이기 때문에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노릴 수 있다”면서 “하지만 국내 금융감독 당국은 지나치게 IB의 권한을 규제해 적극적 투자에 제한이 많다”고 털어놨다.

각국 IB 관계자들이 모여 아시아의 투자 지역을 논의할 때면 “규제가 많은 서울은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이다. 헤지펀드가 국내에 들어와 돈을 벌면 ‘도둑’ 취급하는 국민 정서도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 자통법이 IB에 미치는 기대효과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자통법은 금융회사들의 ‘벽 허물기’가 핵심이다. 금융투자회사가 영역 구분 없이 자유롭게 업무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재우 삼성증권 IB지원파트장은 “자통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없던 여러 사업기회가 생기겠지만 아직까진 국내 금융회사들이 실체적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금융 인프라가 탄탄히 갖춰져야 국내 IB의 장밋빛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진호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통법의 취지는 위험에 대한 투자를 늘려 자본시장을 성장시키는 것”이라며 “IB 투자를 늘리면 은행과 증권이 동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10년내 아시아 금융 선도은행 발돋움

강정원 국민은행장

“앞으로 10년 내 아시아 공존공영을 위한 금융파트너가 되겠습니다.”

강정원(사진) 국민은행장이 국민은행의 10년 후를 위해 내놓은 화두는 ‘아시아 금융을 선도하는 글로벌 은행’이다.

아시아 지역의 기업과 주민들에게 수준 높은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적 역량을 확보해 아시아 경제에 이바지하는 세계적인 은행이 되겠다는 것이다.

강 행장은 “아시아 전역으로 진출해 고용을 증대하고 수요를 창출하면 결국 국내 고용과 부가가치도 늘어날 것”이라면서 “아시아 어디서든 국민은행의 다양한 맞춤형 자산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를 위해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핵심적인 금융영역에서의 내부 성장과 인수합병(M&A) 및 전략적 제휴를 통한 외부 성장을 병행하면서 금융서비스와 노후생활, 건강관리를 연계한 종합생활관리 상품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글로벌 종합금융서비스 기관 탈바꿈

박해춘 우리은행장

“앞으로 10년 안에 글로벌 종합금융서비스기관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박해춘(사진) 우리은행장은 “개인의 평생자산을 관리해 주고 기업에 세계적인 수준의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서비스기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 보험, 세무, 상속 등 모든 분야에서 개인 고객에게 평생 원스톱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투자은행(IB) 등을 통해 기업의 종합금융서비스를 도와주는 역할을 맡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국내 시장에서는 신용카드, 프라이빗뱅킹(PB), 퇴직연금 등 고수익 신성장 사업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높이고 공기업 및 특수법인에 대한 종합금융서비스 제공 역량을 강화해 국내 틈새시장을 발굴할 계획이다.

박 행장은 “중국 등 이머징 마켓 중심으로 해외진출을 확대하는 동시에 인수합병(M&A), 지분인수 등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그룹 시너지 확대 해외시장 공략

신상훈 신한은행장

“신한의 목표는 ‘월드클래스 뱅크’입니다.”

신상훈(사장) 신한은행장은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다양한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면서 “2012년까지 아시아 10위권 은행으로 성장하고 이후 글로벌 리딩 뱅크로 나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올 4월 옛 조흥은행과의 통합 1주년 행사를 통해 통합이 마무리됐음을 선포했다. 이어 새로 신한금융그룹에 편입한 LG카드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국내 1등 은행을 향한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신 행장이 제시한 향후 전략은 신한금융그룹 내 시너지 효과 극대화, 해외 유망 시장 개척, 혁신전략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 등이다. 특히 지난해 해외에서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에 현지법인을 세우는 등 해외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신 행장은 “가치혁신 프로그램을 정착시키기 위해 6시그마, 블루오션, 지식경영을 전 은행으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中 동남亞 중앙亞 진출 금융리더 노린다

김종열 하나은행장

“10년 내 아시아에 기반을 둔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습니다.”

김종열(사진) 하나은행장은 “선진국 주요 금융그룹의 해외자산 비중은 20∼90%에 달하지만 국내 은행은 2.3%에 불과하다”면서 “2015년까지 해외자산 비중을 15%로, 순이익을 20%로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의 성장전략은 핵심사업에 집중하면서 해외사업부문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익비중, 경쟁적 위치, 시장의 매력도를 기준으로 투자은행(IB), 신용카드, 방카쉬랑스, 수익증권 판매 등을 핵심사업으로 선정하고 이에 대한 전략적 추진방안을 수립했다.

김 행장은 “문화적, 지리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중국, 동남아, 중앙아시아 지역에 진출해 아시아 벨트를 구축할 것”이라면서 “지역적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해 현지법인 인수 및 지분 참여를 통한 현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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