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EO 교체 절반은 문책성＂

기업들의 CEO 교체가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중절반은 문책성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10일 `CEO 교체 신 풍속도'라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컨설팅 회사 부즈알렌해밀턴이 세계 25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95년 9.0%였던 CEO 교체 기업 비율이 지난해 14.3%로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3년간 CEO 교체 비율은 44%로, CEO 3명 중 1명은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해마다 연말이면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CEO를 교체하는 기업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증권선물거래소의 지난해 발표 자료를 보면 코스닥 상장기업 중 대표이사를 교체한 기업은 2002년 177개에서 지난해 250개로 늘었다고 연구원은 말했다.

연구원은 최근 CEO 교체 풍속도의 특성으로 CEO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사임하는 문책성 교체가 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경영진 리크루팅 기관인 스펜서 앤 스튜어트가 미국 S&P500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교체된 CEO의 약 50%가 전임 CEO의 정년퇴직이나 임기 만료에 따른 정상교체가 아니라 성과 하락에 대한 문책 등 비자발적 교체였다고 연구원은 전했다.

연구원은 문책성 교체가 늘어난 이유로 이사회의 CEO 견제 역할이 강화됐고, CEO 역할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대외활동을 통한 기업 이미지 높이기에서 제품이나 서비스 혁신을 통해 실적과 주가를 높이는 내실을 챙기는 쪽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CEO 경험을 가진 사람을 CEO로 영입하는 CEO 모셔오기, CEO 외부 영입에 대한 신중론 대두 등도 최근 CEO 교체 풍속도의 특성이라고 연구원은 덧붙였다.

연구원은 기업이 성공적으로 CEO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CEO 선임 즉시 후임 CEO를 발굴 육성하고 외부 영입과 내부 육성에 대해 신중히 짚어보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CEO 스스로도 자신만의 경영스타일을 고수하거나 자신의 명예만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이사회와 경영에 대해 원활히 소통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연구원은 조언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