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에버랜드 상고심 참여 못한다

  • 입력 2007년 5월 29일 14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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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자녀인 재용 씨 남매에게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헐값에 넘겼다는 의혹에서 출발한 `에버랜드 CB 저가발행 사건'의 3차전이 29일 항소심 판결과 함께 사실상 다시 시작됐다.

항소심 판결에 불복할 경우 선고 후 1주일 이내에 상고해야 하기 때문에 재용씨 남매에게 CB가 배정된 지 11년 만에, 이 사건 고발이 이뤄진 지 7년 만에 최종심인 대법원 심리가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용훈 대법원장이 에버랜드 사건 초기 1년7개월 간 에버랜드측을 변호했던 적이 있어 대법원 심리가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전원합의체 상정되나 = 대법원 심리는 통상 상고장 접수 이후 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소부(小部)와 주심 대법관이 지정되면서 시작된다.

소부 재판은 4명의 대법관 중 1명의 대법관이 주심을 맡아 다른 대법관들과 의견을 교환한 뒤 만장일치 방식으로 결론을 내는 방식이다.

법원조직법 상 소부에서 의견 일치가 되지 않거나 소부에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주심 대법관이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상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의 지배구조와 후계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번 사건을 일반 소부가 아닌 전원합의체가 심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법조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형사사건의 경우 종전 판례를 변경하는 때를 제외하고는 전원합의체에 거의 상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일단 소부에 배당된 후 주심 대법관이 검토해 전원합의체 상정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호 맡았던 대법원장은 심리 `불가' = 이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에버랜드측을 변호하면서 펼쳤던 `전환사채 저가 발행은 회사의 손실로 볼 수 없어 배임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리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도 내내 쟁점으로 부각됐다.

재판부가 고민을 거듭할수록 `대법원장의 에버랜드 변론 전력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법조계 주변에 나돌기도 했지만 이러한 우려를 깨고 항소심은 1심보다 형량을 높여 유죄를 신고했다.

향후 대법원 심리가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에서 이뤄지면 이 대법원장의 심리 참여는 원칙적으로 봉쇄된다.

설령 유ㆍ무죄에 대한 대법관 4인의 판단이 엇갈려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더라도 이 사건 당사자를 변호한 경력이 있는 대법원장으로서는 재판에서 배제(제척)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공정성 차원에서 당연히 재판 참여를 `회피'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대법원은 재판의 공정성 및 신뢰 확보를 위해 변호사 출신 법관들이 임용 후 3년 간 이전 소속 법무법인이 대리하는 사건을 맡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한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를 제정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상 제척ㆍ회피ㆍ기피 등의 조항을 떠나 대법원 예규 자체로도 에버랜드 측을 변호했던 경력이 있는 이 대법원장으로서는 이번 사건 심리에 참여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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