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세제 간소화… ‘배기량 기준’ 추가 도입 않기로

  • 입력 2007년 5월 26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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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밝혀진 내용들… 한국의 득실은

《정부가 25일 공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는 30개 농축산물에 대한 ‘특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적용과 저작권 보호기준 강화 등 새로운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협정문, 부속서, 부속서한 등 2700여 쪽으로 지난달 2일 협상 타결 직후 공개한 80여 쪽의 협상결과 보고서에 비해 구체적인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앞으로 구체적 사안과 관련해 논란이 제기될 부분도 여전히 남아 있다.》

○ 양국, “저작물 무단 전재한 사이트는 폐쇄하기로 노력”

저작권 보호 수준이 강력해진 것이 우선 눈에 띈다.

한미 양국은 포털 등 온라인서비스 제공자가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개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예컨대 한 포털 사이트에 미국 가수 머라이어 캐리의 신곡이 불법으로 올라와 있는 때 미국의 저작권자가 이를 올린 개인의 정보를 제출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는 영장이 있는 때에 한해 개인정보를 제공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조만간 저작권법을 개정해 개인정보 제공을 의무화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포털에 대한 처벌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면책 기준도 함께 마련된다.

양국은 저작물의 무단 복제, 배포, 전송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나 웹하드 서비스, 개인 간 파일공유 서비스 등 무단 내려받기를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는 데에도 노력하기로 했다. 법적 구속력을 지니는 것은 아니지만 양국 정책에 적극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또 영화관에서 캠코더 등을 이용해 영화를 몰래 촬영하는 것은 물론 촬영을 하려고 시도하는 ‘미수범’까지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 쇠고기 등 세이프가드 발동기준 확정

양국은 쇠고기 돼지고기 사과 고추 마늘 양파 인삼 보리 등 30개 농축산물 품목의 수입 물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횟수에 관계없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특별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기로 했다.

15년에 걸쳐 현행 40%의 관세가 없어지는 쇠고기의 경우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는 기준 물량이 한미 FTA 발효 첫 해 27만 t에서 해마다 6000t씩 증가해 15년 차에 35만4000t까지 늘어난다.

추가로 부과할 수 있는 세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줄어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소비량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을 정도로 늘어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30개 품목을 뺀 나머지 농축산물은 품목별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지 않고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고 판단되면 ‘양자 세이프가드’를 적용받는다. 이는 관세가 없어질 때까지 품목당 1회만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 미국서 생산된 일본-유럽차 혜택 늘어

3000cc 이상 승용차는 물론 5∼20t 트럭 섀시(적재함을 장착하지 않은 ‘미완성 트럭’)의 관세도 즉시 폐지된다.

이는 현대자동차 등 업계 요구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 국내 업체가 미국 트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여 현재 연간 60만 달러 수준에 불과한 국내 자동차 업계의 트럭 섀시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측은 자동차 관련 세제가 복잡하다는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 세제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새로운 세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자동차 원산지 판정 비율이 당초 예상 수준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돼 미국에서 생산한 일본 및 유럽 브랜드 차량의 무관세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반덤핑 분쟁은 WTO 중재 받기로

반덤핑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한미 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중재를 받게 된다.

양국은 이번 FTA 협상에서 일반적인 분쟁이 발생하면 별도로 설립될 양자 분쟁기구의 조정을 받게 되지만 반덤핑은 예외로 하기로 했다. 양국 간에 해결하는 것은 미국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보편적 기준에 따르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양국은 무역구제위원회를 통한 상시 감독 점검 등을 통해 실리를 챙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다자 간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에서 한국 기업이 면제되기 위해 한국 수출 물량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기로 했다. 미국이 자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에 대해 한국의 수입 점유율이 1위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지 않으면 수입 물량 제한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 우정 당국의 독점 예외 점진적 확대

한국은 국제 서류 특송의 개방에 합의한 데 이어 우편 전 분야의 민간기업 참여영역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미국에 약속했다.

한국은 “우편법 또는 관련 법률을 개정해 민간 배달 서비스의 범위를 늘리기 위해 우정 당국의 독점 예외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앞으로의 우편물 분류기준을 현재처럼 소포, 편지 등 품목별 방식에서 무게나 가격 기준으로 바꾸고 일정 기준 이상 무게나 가격 범위에 민간 기업의 참여를 늘리는 방식이다.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는 협정발효 3년 내 금융감독위원회의 감독을 받도록 했으며 우체국보험은 변액보험 등 새로운 상품 영역에 대한 진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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