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外資의 적대적 M&A에 제도적 대응책 있어야

  • 입력 2007년 4월 26일 2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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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이 상대방의 주식 지분을 각각 1.9%와 1% 보유하기로 합의했다. 외부 세력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 경우 서로 경영권을 지켜 주기 위해서다. 외국계 지분이 59%나 되고 다국적 철강기업인 아르셀로-미탈 등으로부터 M&A 위협을 느끼고 있는 포스코로서는 추가 지분 인수가 확실시되는 우리은행, 농협 등과 함께 현대중공업이 긴요한 방어벽인 셈이다.

세계화 시대엔 자본에 국적이 없다고 하지만 기업인에게는 국적이 엄존한다. 최근 국회가 방위산업체에 대한 외국자본의 적대적 M&A를 금지하고 있는 미국의 ‘엑슨-플로리오법’ 도입을 염두에 둔 공청회를 연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계 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SK그룹을 공격했고, 칼 아이칸은 민영화된 KT&G를 넘봤다. 이들은 수천억 원의 차익을 챙겨 한국을 떠났다. 우리 기업을 적대적 M&A하려는 외자가 언제 어디서 또 튀어나올지 모른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열리면서 국민은행,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우량기업 대부분의 외국인 지분이 40∼60% 수준에 이르고 있다. 기업들의 경영권 보호에 대한 걱정이 엄살인 것만은 아니다. 국내 상장기업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한 해에 7조3000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7년간 자사주를 13조 원어치나 샀다. 이렇게라도 경영권을 방어하자니 미래를 위한 투자 여력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적대적 M&A는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주가가 지나치게 낮을 때 기업을 싸게 인수해 한몫 보자는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기업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주가를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 부담이 만만찮은 게 현실이다. 소버린의 공격을 이겨 낸 SK(주)도 그랬다.

모토로라, AT&T 등 미국 상장기업의 60%는 기업이 매수당하더라도 기존 경영진의 이익을 과(過)보호함으로써 M&A의 실익(實益)을 없애 버리는 이른바 ‘독약 조항’을 정관에 담고 있다. 구글과 포드자동차 등은 특정 주주의 주식에 대해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주 제도를 갖고 있다. 국내에서도 핵심 기업들의 경영권 안정과 투자 활성화에 도움이 될 제도에 관해 활발히 논의하고 해답을 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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