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이승철 전무 “FTA도 毒 될 수 있다, 규제 안 풀면…”

  • 입력 2007년 4월 13일 03시 05분


사진=김재명 기자
사진=김재명 기자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적절하게 정부에 쓴소리를 할 생각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48) 신임 전무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회관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논리를 가지고 입바른 소리를 한다면 정부도 서운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쓴소리를 할 때에도 정부가 수긍할 수 있도록 억지 논리와 일방적인 비판은 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무는 11일 조석래 신임 회장 주재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전임 하동만 전무가 퇴진하면서 전무로 승진했다.

본보 12일자 A2면 참조
▶ 전경련, 핵심인원 교체…대정부 강경노선 예고

그는 “좋은 정책 아이디어는 외부간섭이 없을 때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행정규제, 노동규제, 대기업규제 등 모든 규제를 가능한 한 많이 푸는 것이 경제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유시장경제 원리의 핵심인 재산권과 자유라는 가치를 침해할 가능성이 가장 큰 집단은 정부”라며 “그래서 ‘작은 정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현 정부도 투자활성화를 위해 많이 노력했지만 기존 규제의 틀을 그대로 두고 예외만 인정해 주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기업들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견해도 물어보았다.

“한미 FTA가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미국과의 규제 격차를 좁히지 않으면 미국 기업을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반대로 한국 기업의 미국행을 부추겨 한국 경제를 피폐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기업의 대학평가 문제에 대해서는 “대학도 시장에서 다양한 평가자들의 평가가 이뤄져야 하며 고급인력을 공급받는 기업도 이런 측면에서 대학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다만 전경련과 재계가 대학을 평가해야 하느냐의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으므로 앞으로 신중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재계의 대표적 논객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자유시장경제 연구의 산실로 널리 알려진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귀국해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에 들어오면서 전경련과 인연을 맺었으며 외환위기의 여파로 대기업 빅딜이 한참 논의되고 있던 1999년 2월 손병두 당시 전경련 상근 부회장의 요청으로 전경련 사무국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이 전무는 “원하는 분야에서 마음껏 연구할 수도 있고 대학교수로도 갈 수 있는 한경연에서 전경련 사무국으로 옮기는 것은 굉장한 모험이었다”며 “하지만 이왕 시장경제를 연구할 바에야 기업과 함께 일해 보고 겪어 보면 앞으로의 연구 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전경련 근무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신임 한경연 원장인 홍익대 경영학부 김종석 교수와 경제를 보는 시각이 비슷하고 개인적으로도 교분이 깊은 사이여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는 평가가 많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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